[김형민의 휴먼 피치] 슈틸리케의 플랜A, 플랜B의 포석이었다

전반 이정협 이용해 중앙수비수 체력 소진, 후반전 중반부터 공간 열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김현민 기자]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62)의 '플랜A'는 정말 실패했을까.삼베 바바얀 우즈베키스탄 감독(45)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에 1-2로 패한 후 "한국은 감독도 강하고 선수들도 강하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과의 지략대결에서 완패했음을 인정한 것. 한국이 역전승한 힘은 '슈틸리케 매직'에서 나왔다. 한국은 1-1로 맞선 후반 39분 홍철(26ㆍ삼성)이 왼쪽에서 크로스한 공을 김신욱(28ㆍ전북 현대)이 헤딩, 구자철(27ㆍ아우크스부르크)에게 연결해 결승골을 넣었다. 홍철과 김신욱은 슈틸리케의 교체카드이자 '플랜B'다. 그리고 플랜B는 플랜A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플랜A는 이정협(25ㆍ현대)이 일선, 손흥민(24ㆍ토트넘)과 지동원(25ㆍ아우크스부르크)이 양 날개를 맡는 전술이다.박주호(29ㆍ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이정협이 발이 느린 우즈베키스탄 중앙 수비의 뒤를 공략해서 많이 움직여줬다. 이를 통해 상대 체력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이정협은 "측면에서 공을 잡으면 우즈벡이 한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어서 감독님이 전환하는 플레이를 강조했다"고 했다. 남태희(25ㆍ카타르 레퀴야SC)는 "폭넓게 전환했던 것이 우즈베키스탄의 체력을 떨어뜨렸다. 그래서 후반전에 공간과 찬스가 나왔다"고 했다.

김신욱-구자철[사진=김현민 기자]

김신욱을 플랜B에 편성한 것은 슈틸리케 감독이 계산한 결과다. 슈틸리케 감독은 "플랜A를 통해 상대를 지치게 한 뒤에 김신욱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공을 주고 받는 경기를 한 뒤에 직선적인 롱볼 축구를 하는 것이 그 반대보다 효과적이다. 김신욱이 처음부터 뛰면 상대 수비도 빨리 적응했을 것"이라고 했다.플랜A가 덜 효과적으로 보인 이유는 수비수의 실수 때문이다. 한국은 전반 25분 수비의 실수로 점수를 내준 뒤 문전 마무리나 측면을 분쇄해 들어가는 공격 작업이 지리멸렬했다. 수비가 상대에게 골을 헌납하면 플랜A, 플랜B가 모두 무의미하다. 중국리그에서 뛰는 스타들이 이런 실수를 반복하면 '중국화' 시비를 피할 길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는 집을 지을 때 가장 기초가 되는 주축돌과 같다"고 했다. 수비가 불안하면 플랜A, 플랜B가 모두 무의미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에서부터 '빌드업'을 강조해 온 것도 이 때문. 그는 "수비수들이 안정되게 패스를 뿌려줘야 한다. 라인 사이로 패스 해야 한다. 일대일 수비, 패스로 주고 받는 과정에서 실수가 자주 나온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한다.슈틸리케 감독은 외롭지만 흔들리지 않고 갈길을 가고 있다. 비판 여론에도 묵묵히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승1무1패 승점10을 기록, 한국을 A조 2위로 이끌었다. 이해할 수 없는 언행 등은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무시할 수 없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사진=김현민 기자]

슈틸리케 감독은 "플랜A, B논쟁은 계속 될 것이다. 점유율을 높이고 상대 페널티지역 30m에서 세밀해져야 한다. 추구하는 부분을 확실히 해서 나가야 한다"고 했다. 플랜A와 플랜B는 수준을 나누는 상하위 개념이 아니라 전후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주장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은 "전체로 놓고 보면 우즈베키스탄과 좋은 경기를 했다. 경기력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70)은 프랑스, 체코에 잇달아 0-5로 패한 뒤 "중요한 것은 월드컵 본선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다.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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