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농단'최순실 그녀의 쇼핑, '가격, 브랜드 안 따졌다'

한꺼번에 10개씩 구매, 비서나 딸 없이 혼자 다녀

검찰에 긴급체포된 최순실씨가 서울 강남 명품숍에 주문한 상품 품목이 메모지에 적혀있다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3시, 300여명의 취재기자에 둘러싸여 검찰청 안으로 들어가던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신발 한 쪽이 벗겨졌다. 벗겨진 신발 안쪽에는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도 유명한 명품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국정 농단 의혹으로 체포된 최씨는 강남 명품숍의 큰손이었다. "혼자 와서 쭉 둘러보고 맘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빨리빨리 달라고 했다." 강남 한 명품숍 직원은 최씨를 이렇게 기억했다.  상품의 가격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맘에 드는 상품은 한꺼번에 10개, 15개도 샀다. 그가 한 명품숍에 주문한 구매 리스트를 보면 11개 제품을 한꺼번에 산 적도 있었다.  한 명품숍 직원은 "한 번 오면 쇼핑을 맘 먹고 했다. 맘에 드는 상품이 없을 경우에는 카탈로그만 보고 주문을 하거나 다른 매장에서 상품을 빨리 가져다 달라고 했다"며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나 스타일은 없었고, 그때그때 유행하는 것을 찾았다"고 전했다. 쇼핑을 할 때 최씨는 항상 혼자 다녔다. 비서나 딸 정유라씨도 없었다고 한다. 딱히 선호하는 브랜드도 없었다. 그저 유행하는 브랜드나 스타일의 옷이나 액세서리를 찾았다.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대중들에게 알려진 명품 브랜드도 좋아하지만 알렉산더 매퀸, 몽클레르, 에르노 등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브랜드'를 많이 구매했다. 최씨는 백화점, 면세점 등 대중들이 많이 찾는 곳보다는 신변 노출이 잘 안 되는 청담동 일대 명품 매장을 선호했다고 한다. 명품 매장의 VIP 고객이었지만 직원들은 최씨를 '졸부' 타입으로 기억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신 유행이나 명품으로 도배를 했지만 왠지 모르게 '티'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지난달 26일 최순실씨 거주지중 하나였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이 건물 5층 복도에 놓여져 있는 신발장에 최씨와 딸인 정유라씨가 신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들도 가득차 있다.

 다른 명품숍 직원은 "이곳을 찾은 고객들은 나름대로 패션을 알거나 돈이 있는 사모님들인데 그(최씨)는 전혀 티가 안 났다. 돈 많은 시장 아줌마인 것 같았다"며 "이번에 TV에서 그의 모습이 나오고 깜짝 놀랐다. 그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습관 탓에 이들 명품숍에 고객정보를 남기면서도 휴대폰 번호를 여러 번 바꾸거나 주소지도 다르게 했다. 휴대폰 번호가 수시로 바뀌어 주문한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도 대부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품을 직접 들고 주소지로 배송을 갔으나 실제 거주하는 곳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주문한 상품이 해외에서 배송돼 올 경우 문자로 남기면 기사로 추정되는 남자가 왔다. 청담동 한 명품숍의 고객정보에서도 최씨의 휴대폰 번호와 함께 기사 휴대폰 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최씨를 기억하는 한 명품숍 매니저는 "그의 연락처로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은 기사가 와서 상품을 가져가 연락처를 따로 받아놨다"고 전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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