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추진 어려워…책임총리 수용에 무게
비서실장 등 추가 인선 고심[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일부 수석비서관을 교체하고 18년간 수족역할을 한 이른바 '문고리3인방'(정호성 부속비서관ㆍ이재만 총무비서관ㆍ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을 잘라낸 것은 여론이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순실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센데다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후임 인선에 난항이 예상되면서 당분간 정책조정이나 국정 책임기관으로서의 역할은 불가능한 것으로 우려된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눈빛을 읽을 수 있는 최측근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홀로서기가 만만치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 보좌진과의 호흡도 맞춰지지 않은데다 지지율도 급락한 상황이어서 정국 주도권을 쥐고 국정과제를 추진하기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이 같은 우려는 정책라인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한 참모는 "청와대 뿐 아니라 여소야대인 국회여건을 감안할 때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기가 어려운 건 맞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내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대선레이스가 펼쳐지는 만큼 국정과제는 올해가 사실상 데드라인으로 봐야 한다.청와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홀로서기가 만만찮다는 점에서 총리가 국정을 실질적으로 콘트롤하고 대통령은 2선으로 후퇴하는 책임총리 내지는 거국중립내각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여당에서도 거국중립내각을 청와대에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여당에서는 31일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우선 순위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거국내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청와대 기류도 '절대 수용 불가'에서 '심사숙고'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도 결정하기 위해 각계 의견수렴에 나선 상태다. 박 대통령은 주말 동안 여당 원로와 시민사회 원로들을 만난데 이어 당분간 비공개로 곳곳의 의견을 경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다수가 대통령의 2선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헌법상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전망이다.청와대 관계자는 "그 자체가 국민들에게 좋은 것인가를 알 수 없다"면서도 "거국내각의 취지 자체는 우리도 숙고하고 있다"고 밝혔다.청와대 후임 인선 작업도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이원종 비서실장을 비롯해 우병우 민정, 안종범 정책조정, 김재원 정무, 김성우 홍보 등 4명의 수석비서관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는데, 이 실장과 정책조정ㆍ정무수석은 후임을 결정하지 못했다.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 인사를 검증하는 민정수석이 교체됐다는 점에서 신임 수석이 주도해 인사를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론의 향배를 봐가며 결정할 수 있는 만큼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비서실장은 아직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원종 실장이 임명됐을 때인 지난 5월에는 권영세 전 주중대사를 비롯해 허남식 전 부산시장 등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모두 친박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박 대통령이 소통을 잘 할 수 있도록 보좌할 수 있는 '마당발'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순실 사태 수습을 위한 국정쇄신 방안을 전체적인 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최씨가 이날 오후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기로 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모든 의혹이 밝혀지길 바란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검찰수사를 지켜보는 것 외에 다른 할 말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한편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 씨에 관한 각종 의혹 사건이 샤머니즘적 주술과 연관돼 있다는 외신 보도에 관한 입장을 질문받자 "어이가 없어서 말을 못 하겠다"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가안보 문제는 한 치의 빈틈도 허용되지 않는 문제인 만큼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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