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송민순 회고록으로 정국이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법인세·소득세 등 증세(增稅)와 관련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예산·법안정국을 앞둔 갈등을 피하기 위한 '숨고르기'로 분석되지만, 여소야대 국면인 만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경우 극한대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야당의 원내대표들은 최근 법인세·소득세 인상 등 이른바 '부자증세'에 대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오찬을 갖고 법인세법 예산부수법안 지정과 관련해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 논의했다"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역시 지난 주말 기자간담회를 열어 "법인세 인상을 예산부수법안으로 해서 한바탕 무엇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 예측하는데, 치열한 토론을 하겠지만 그것(법인세법)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느냐는 결정된 것은 없다"며 "앞서서 예측할 필요는 없다"고 다소 유보적인 모습을 보였다.앞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각각 법인세율을 3%(22→25%, 과표 500억원 초과시), 2%(22→24%, 과표 200억원 초과시) 인상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야권에서는 법인세 인상을 관철시킬 방법으로 국회의장의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지목해 왔다. 여야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국회의장이 국회 예산정책처와의 협의를 거쳐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는 까닭이다. 증세에 의지를 보여왔던 두 야당의 속도조절은 숨고르기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회고록 파동으로 정국이 급랭한 상황에서, 예산·법안정국 초입부터 여권을 자극할 경우 11월~12월 간 진행될 각종 예산안·법안 처리에서 파행을 거듭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에 강경 대응한 것은 예산·법안 정국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둔 전운(戰雲)은 여전한 상황이다. 법인세 인상과 관련한 두 야당의 의지도 큰데다, 정 의장 역시 '법대로 하겠다'며 예산부수법안 지정 카드를 숨기지 않고 있어서다. 정 의장은 2016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예산부수법안 지정에 대해 "아주 좋지 않은 전례"라면서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악화일로를 걷는 여야관계도 문제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렇게 야당을 몰아붙이면 여야협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예산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까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여당 역시 법인세 인상안의 예산부수법안 지정문제를 두고 예민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법인세 인상 날치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세제개편은 여야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국회의 오랜 관례"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정치경제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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