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US여자오픈 '맨발 투혼', 2006년 LPGA챔피언십 '부활 샷', 2016년 리우올림픽 눈물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전 당시 18번홀에서 연못에 들어가 트러블 샷을 하고 있는 장면. 사진=골프매거진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위대한 개척자' 박세리(39)와의 작별이다.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파72ㆍ6364야드)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아시안스윙 3차전' KEB하나은행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1라운드 직후 18번홀(파5)에서 은퇴식이 이어진다. 아마추어시절부터 '프로 언니'들을 꺾는 등 국내에서 14승을 쓸어 담았고, LPGA투어에서는 메이저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수확해 2007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박세리의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다. ▲ "맨발의 투혼"= 1998년 US여자오픈이다. 제니 추아시리폰(태국)과 5일간 92개 홀 '마라톤 승부'를 펼친 끝에 정상에 올랐다. 연장전이 백미다. 18번홀(파4)에서 티 샷이 감기면서 페어웨이 왼쪽 연못으로 날아갔다. 박세리는 그러자 연못 턱에 걸려 있는 공을 치기 위해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트러블 샷을 구사했고, 기어코 보기로 틀어막았다. 연장 두번째 홀에서 '우승 버디'를 낚았다.검게 탄 얼굴과 종아리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하얀 발이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IMF 경제위기 속에서 시름하던 대한민국의 희망의 희망이 됐던 이유다. '맨발 샷' 이후 실제 국내에서는 골프열풍이 불었고, 박인비(28ㆍKB금융그룹)와 신지애(28), 최나연(29ㆍSK텔레콤) 등 '세리 키즈'가 등장했다. "US여자오픈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당시 연못 샷은 내 인생 최고의 샷"이라고 했다.
박세리가 2006년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우승으로 부활을 알린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메이저 부활 샷"= 2006년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이다. '영원한 라이벌' 카리 웹(호주)을 연장혈투 끝에 제압했다. 18번홀(파4) 205야드 거리에서 하이브리드 클럽을 잡았다. 그린 왼쪽에 워터해저드가 도사리고 있어 자칫 자멸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의 승부 샷이다. 자신있게 클럽을 휘둘렀고, 공은 홀 바로 옆 10cm 지점에 붙어 '우승버디'로 직결됐다.박세리의 마지막 메이저 우승이다.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며 존재감을 만천하에 과시해 1승 이상의 의미를 더했다. 2004년 이후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고, 80대 스코어까지 여러 차례 작성해 '주말골퍼'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시점이다. "그린 왼쪽 끝을 겨냥해서 페이드 샷을 친 전략이 적중했다"면서 "이 샷 역시 내 인생에서 손꼽을 수 있는 샷"이라고 떠올렸다.
박세리가 지난 8월 박인비가 리우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올림픽 금메달"= 지난 8월 11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브라질 리우올림픽이다. 이번에는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나섰다. 박인비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선수들을 포옹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 여자골프의 과거와 현재가 하나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내가 금메달을 딴 것보다 더 좋았다"며 "그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박인비와 양희영(27), 김세영(23ㆍ미래에셋),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 등 4명으로 구성된 여자대표팀의 감독직을 수행했다. "당연히 메달을 싹쓸이해야 한다"는 주위의 기대치에 부담이 컸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후배들을 다독이며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마트에서 장을 봐 요리솜씨까지 뽐내며 때로는 선배로, 또 언니나 엄마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태극마크가 자랑스러웠다"고 환호했다.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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