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성기호 기자, 김보경 기자, 유제훈 기자] "이제 협치는 끝났다." 새누리당의 원내 사령탑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자정을 훌쩍 넘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을 서둘러 빠져나가며 이 같이 잘라 말했다.
24일 오전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해임건의안을 가결한 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여의도 농림축산식품부 서울사무소를 나서고 있다.
곧이어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가 실시됐다. 결과는 170명 투표에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 국회 재적의원 300명의 과반수인 151표를 가볍게 넘겨 가결됐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국민의당 의원 38명 중 절대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는 뜻이다. 이번 표결은 2003년 김두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 등 헌정사상 6번째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가결로 기록됐다. 정 원내대표는 앞서 본회의장을 나서며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헌정사상 유례없는 비열한 '날치기' 처리를 강행했다"면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여당 의원들도 정 원내대표를 따라 잇따라 회의장을 벗어났다. 여당 의원들의 퇴장이 이뤄진 시각, 본회의장 안에선 차수를 바꿔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투표가 시작됐다. 무려 두 차례나 본회의 파행을 겪은 뒤 이뤄진 표결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가결하고 있다.
박완주 더민주 부대표는 "황제 전세, 특혜 대출. 친모 방치, 국회 모독의 주인공인 김 장관은 공직자의 청렴성과 도덕성에 심각한 하자를 드러냈다"면서 "260만 농민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직무 수행이 적절치 않은 인물"이라고 제안설명했다. 이어 "농업 현안을 다룰 자격이 없고, 이런 이유로 장관직 수행 자격이 없어 우상호, 노회찬 등 의원 등 130인이 헌법 제63조에 따라 해임건의안을 제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표를 감시할 감표요원으로 8명의 의원이 지정됐으나 이들이 본회의장에 없어, 다시 4명의 의원을 호명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수기식 무기명 투표'로 치러진 가부 투표는 오전 12시25분부터 20분간 진행됐다. 정 의장은 '날치기'라는 여당 의원들의 항의를 의식한 듯 국회법을 거론했다. "어제 의사일정은 없어지고 오늘 자정부터 모든 것이 새롭게 만들어졌다"면서 "(어제와 달리) 1항을 해임건의안, 2항을 평창동계올림픽 정부지원 촉구결의안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법 제 77조에 따라 교섭단체들과 협의를 거쳤다. 협의는 합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의장이 합의 없이 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4일 자정을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날짜 변경으로 인한 본회의 차수 변경이 선포되자 국회법 위반을 주장하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전날 오후부터 이어진 본회의는 대정부질문 도중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무위원들의 식사시간을 달라며 발언대를 점거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이어 정 의장이 차수를 변경하자 다시 발언대 앞으로 나와 회의 진행을 막았다. 여야의 심야 대치는 격화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 의장의 차수 변경 선언 이후 ‘직권 날치기’ 등을 외치며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투표 결과는 '여소야대'로 바뀐 20대 국회에서 여당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129석만 확보하고 있다. 전원이 출석해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121명)과 정의당(6명), 무소속(6명)이 전략투표에 나서면 과반인 151석에 18석 차이로 접근한다. 여기에 자유투표 방침을 정한 국민의당 의원 38명 가운데 18명만 찬성표를 던지면 해임안은 무난히 통과되는 상황이었다. 내부적으로 해임안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국민의당 의원들은 강경 기류로 돌변했다. 국회 해임건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를 다시 박근혜 대통령이 무시할 것으로 보여 여야 대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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