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는 '스토리'다…유통업계 '날짜'에 목매는 이유

-이름 속 날짜 쉽게 기억해 인지도·매출 상승 견인-빼빼로데이, 20년만에 1兆시장…식스데이,세븐데이,원쌈데이 각종 '데이'봇물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빼빼로데이'라고 알고 있는 11월11일. 그러나 이날은 본래 1964년부터 '농업인의 날'로 정해 행사를 치렀으며 1996년 정부 지정 공식 기념일이 됐다. 한자 11(十一)을 합치면 흙(土)이 되는데, 이것이 세 번 겹치는 11월11일11시는 '흙을 벗 삼아 흙과 함께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농사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에게 이날은 '빼빼로'를 나눠먹는 날로 더 유명하다. 영남지역 여중생 사이에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는 의미로 친구들끼리 막대과자를 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온 국민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로 자리잡은 덕분이다. 과자 하나에 '스토리'를 더하면서 정부 지정 공식 기념일보다 더욱 유명한 행사가 됐다. 덕분에 빼빼로를 판매하는 과자업체들은 이 막대과자로만 1조 규모의 시장을 창출해냈다. 빼빼로를 처음 판매한 롯데제과는 9~11월 빼빼로데이 시즌에만 해당제품의 일년치 판매량 중 절반 가까이 팔려나간다. 매년 매출도 증가세다. 롯데제과는 1000억원 이상, 해태제과는 2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이 막대과자에서 나온다. 숫자와 제품을 연계한 빼빼로데이가 '데이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손꼽히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이후 식음료 브랜드명에 날짜와 숫자를 넣은 이벤트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무료 이벤트부터 사이즈업, 30~50% 할인 등 브랜드 이름을 걸고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브랜드 입장에서는 잘 지은 이름 덕에 경쟁이 심화된 시장에서 정기적으로 손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으며, 해당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숫자와 연계해 기억하기 쉽기 때문이다.

테이크아웃 주스전문점 쥬스식스는 이름에 들어간 '식스'에 맞춰 매월 6일을 '식스데이'로 정하고 인기 메뉴 1000잔을 선착순으로 무료 증정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해 이제 두 번째 행사를 마쳤는데 1,2회 모두 행사가 5분 만에 종료됐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삼양그룹의 샐러드&그릴 레스토랑 세븐스프링스는 7일을 '세븐데이'로 정해놓았다. 올연말까지 운영되는 세븐데이에는 스테이크, 생연어 등 메인 요리를 무한 리필로 즐길 수 있는 Add-on 서비스를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세븐 스프링스는 이전부터 다양한 할인 또는 혜택을 제공하며 세븐 데이를 운영해왔다. 이 때문에 세븐스프링스 마니아 사이에서 7일은 붐비는 날로 통한다. 배스킨라빈스 31은 31일에 무료 사이즈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5가지 맛을 선택할 수 있는 패밀리(960g) 메뉴 가격으로 6가지 맛까지 선택할 수 있는 한 단계 위 크기 하프갤런(1200g)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원할머니보쌈도 1주와 3주 수요일을 '원쌈데이'로 지정하고, 이날 매장 방문한 포장고객을 대상으로 20%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데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기대 이상"이라며 "인지도 향상은 물론 매장 방문자 수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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