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키 플레이어]'위대한 조정자 or 조커'…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올해 정기국회는 향방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에 결정될 공산이 크다. 박 위원장이 거대양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어느 쪽을 향해 웃음을 보이느냐에 따라 입법대전, 예산대전 등의 성패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의 의석수를 살펴보면 새누리당 129석, 더민주 121석(정세균 국회의장은 취임 이후 무당적이 됨),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6석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어느쪽도 과반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 의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이 특정 현안이나, 사안 등에 있어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역할이 비약적으로 커진 것은 제1당과 제2당간의 세력이 어슷비슷해서만은 아니다. 트럼프 게임에서 '조커'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박 위원장의 대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당의 위상은 제3당이지만 박 위원장의 권한은 3당 대표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 박 위원장은 원래 총선 직후 만해도 국회 내 원내 사령탑인 원내대표을 맡았다. 하지만 국민의당 홍보비 리베이트 파문 영향으로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맡게 됐다. 당 운영에 관한 전권과 법안 처리 등을 둘러싼 협상 권한 등 운내 운영 전권이 박 위원장 단 한 사람에게 부여된 것이다. 이를테면 주요 사안에 대해 각당 원내대표의 경우 당대표 등과 협의가 필요하지만 박 위원장은 그럴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이같은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박 위원장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조선해운산업 국정조사 청문회 등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조정자 역할을 자처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박 위원장은 최근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논란에서도 '조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기국회 시작을 알리는 이날 의장 개회사-의원 단체 사진촬영-추경 처리 등 국회 일정이 있었지만 정 의장의 개회사 이후 여당 의원들이 단 퇴장, 국회의장실 연좌 농성 등을 벌이면서 파국으로 이어졌다. 박 위원장은 당시 정 의장의 개회사에 대해 "엑설런트하다. 최고의 개회사였다"고 호평을 내놨다. 심지어 여당이 반발하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야당 단독으로라도 추경 처리에 나설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강공을 이끈 것이다. 하지만 개회사 논란 당일 야당 단독으로 추경 처리 시도 논의가 제기되자, 국회내 의원 숫자 등을 들어 단독처리를 만류하기도 했다. 추경 처리가 이뤄진 날에도 박 위원장은 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새누리당을 상대로 승부수를 걸었다. 일정 등을 이유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하지 않으면 지역으로 내려가겠다고 최후통첩 한 것이다. 주말마다 지역구를 방문하는 박 위원장이 국회 철수를 선언한다면 추석전 추경 집행 가능성마저 물 건너가게 된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새누리당이 아닌 국민에 대한 사과를 한 것을 받아들이고 본회의장에 복귀했다. 박 위원장의 조커 역할은 더민주에도 예외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국민의당이 당론으로 배치에 반대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사안에서 그의 능수능란한 솜씨가 확인된다. 박 위원장은 김종인 더민주 전 비대위원장 시절에는, 사드 배치 당론화를 거부하는 김 전 위원장 한 명을 집중 타겟으로 정해 더민주 입장정리를 재촉했다. 뒤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 회동 뒤 기자간담회에서 추미애 더민주 대표가 사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했다고 언급해 더민주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추 대표는 사드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직접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에 나서야만 하기도 했다.(추 대표는 사드 배치는 외교적 결정 사안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명시적 반대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박 위원장이 야당을 상대로 더 강한 야성(野性)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박 위원장은 조선해운산업 청문회 과정에서도 새누리당과 더민주간의 핵심증인(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 채택 문제로 충돌 양상을 빚자 중재안을 냈다. 앞서 더민주는 의총 등을 열어 최-종-택 증인 채택 없는 청문회는 할 수 없다고 버텼지만, 국민의당이 일단 진행하자는 입장을 펼침에 따라 입장을 바꿔 청문회에 응했다. 조선해운산업 청문회를 누구보다 강력하게 요구했던 국민의당이 전격적으로 물러나면서 협상은 물고를 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더민주는 의총을 열어 최-종-택 증인 채택 없이는 청문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다시 의총을 열어 이같은 협상결과를 추인하기도 했다.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런 일련의 상황에 대해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개원 협상, 추경 협상, 개회사 파문에서도 양당이 대치상황에 있는 것을 저희가 잘 중재하고 그래서 해결해왔다"면서 "고비고비마다 각 당을 설득해 저희가 협상장으로 이끌어내고 중재안 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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