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가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한 TV홈쇼핑의 갑질에 칼을 겨눴다. 불공정거래행위를 일삼는 TV홈쇼핑은 퇴출시킬 수 있도록 심사 시스템을 개편하고, TV홈쇼핑에 대한 과징금을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정부는 8일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TV홈쇼핑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하는 내용의 'TV홈쇼핑 불합리한 관행 개선방안'을 마련했다.우선, 5년마다 이뤄지는 TV홈쇼핑 재승인 심사 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 분산돼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법령 준수여부, 공정거래 관행 정착 실적 및 계획, 중소기업 활성화 기여 실적 및 계획의 우수성 등 납품업체 지원 관련 재승인 심사 항목을 하나로 통합해 과락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이를 통해 불공정거래행위 위반 정도가 심각한 홈쇼핑사는 재승인에서 퇴출시킬 계획이다.불공정거래행위가 적발된 TV홈쇼핑사 제재와 관련한 배점을 높이는 한편, 방송법을 개정해 불공정거래행위 및 납품업체 지원 분야를 별도 항목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재승인 기준을 마련할 때 납품업체 등 관계자, 전문가의 참여와 의견수렴을 확대하고, 관련 기준 점수와 항목을 사전에 공개해 불공정거래행위를 예방할 예정이다.올해 5월 심사의 경우 심사과정에서 임의로 컷트라인을 결정해 1000점 만점에 650점을 넘으면 문제 삼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심사 전에 컷트라인을 정해야 한다. 내년 5월 재승인 심사를 받는 CJ홈쇼핑과 GS홈쇼핑의 경우, 법 개정이 필요한 개선방안 외에 일부 바뀐 기준 점수·항목 등을 적용해 심사를 받게 된다.불합리한 과징금 제도도 손을 본다. 방송법 상 업무정지에 갈음해 부과하는 과징금이 '1억원 범위 내'에서 '매출액의 일정비율'로 대폭 늘어난다. 그동안 과징금이 너무 작아 솜방망이 처벌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정부 역시 과징금 부과의 실효성이 없어 업무정지 명령을 주로 내렸다.
TV홈쇼핑사의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하더라도 '대규모 유통업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불공정거래행위 유형과 심사기준을 주기적으로 점검·보완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은 납품금액의 2% 이내에서 과징금을 내도록 하고 있지만, 대규모 유통업법은 납품금액의 10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홈쇼핑사들이 새로운 방식의 갑질을 하더라도 공정거래법이 아닌 대규모 유통업법을 적용해 거액을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 합동점검단이 연 1회 이상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재승인 심사 등에 반영한다. 기존 7개 TV홈쇼핑사의 판매수수료를 매년 공정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특히 ARS 할인비, 무이자할부비, 사은품, 경품 등 납품업체에 부담토록 한 각종 추가비용과 정액제 등을 반영한 실질 판매수수료를 산정해 업체 간 비교할 계획이다.TV홈쇼핑사의 중소기업제품 편성비율과 정률 수수료 조건의 방송비율 등 납품업체 보호·지원과 관련된 중요 항목도 미래부 홈페이지에 매년 공개한다. 지난해 7월 개국한 공영홈쇼핑의 경우, 납품업체 부담 해소방안, 중소기업 제품 판로확대 방안 등을 마련해 추진한다. 직매입 비율 확대, 재고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 방송, 납품기업 경영애로 상담센터 설치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처리지침 시행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이철우 국무조정실 정부업무평가실장은 "TV홈쇼핑사의 우월적 지위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중소 납품업체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겠다"고 말했다.한편, 지난 공정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A홈쇼핑사는 방송 이후 정산과정에서 당초 체결한 방송조건 합의서에 기재된 판매 수수료율보다 높은 수수료율로 임의로 변경해 39개 납품업체로부터 15억8000만원을 부당하게 받았다. B홈쇼핑사는 146개 납품업체에게 사은품, 무이자할부 수수료, 모델출연료 등 총 판매촉진비용의 99.8%에 해당하는 56억5800만원을 전가했다. 납품업체의 판매촉진비용 부담 상한은 50%다. C홈쇼핑사는 방송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채 상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도록 해 납품업체가 재고부담을 떠안도록 했다.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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