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정치권이 대선 국면에 서서히 진입할 준비를 하면서 여야의 '어젠다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다. 여권에선 모병제와 호남 민심, 격차 해소 등이 등장했다. 야권에선 안보 이슈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앞 다퉈 이념을 뛰어넘으면서 여야 고유의 어젠다라는 경계마저 사라지고 있다. 대선을 염두 한 외연 확장 시도로 풀이된다.여권의 잠룡 중 한 명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7일 오후 3시 한림대학교에서 '왜 정의인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이날 강연에서 유 의원은 사회적 불평등 및 격차 해소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할 전망이다. 이미 유 의원은 지난해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재벌 개혁과 법인세 개편 가능성 등을 시사했다. 보수 인사 중 진보 이슈에 가장 적극적이란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정통보수로 꼽혀온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도 진보 어젠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격차해소 경제교실'이란 정책공부모임을 발족했다. 그는 해당 모임 창립 세미나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설명하고 특징짓는 시대정신은 격차해소"라고 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모병제를 들고 나왔다. 남 지사는 전날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관련 토론회를 갖고, 이를 내년 대선 공약으로 끌고 가겠다고 했다.
잠룡들 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도 진보 어젠다 선점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대표연설에서 야권의 텃밭인 호남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대표는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날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이와 관련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PBC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야권에서 호남연정론에 대해서 좀 우습게 보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은 끊임없이 정치 변화를 추구해야 되는 것"이라며 공감했다. 야권에서도 보수진영 이슈인 국방·안보 등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전날 취임 후 처음으로 군부대를 직접 방문했다. 줄곧 안보 문제에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존 야당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추 대표는 서부전선 최전방인 경기도 김포시의 애기봉 관측소(OP)를 찾아 "튼튼한 안보 속에 기업도 민생도 지켜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대표는 후보 시절과 달리 선명성, 야성 등은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에선 장군 출신인 김중로 의원이 8∼9일 1박 2일간 병영체험을 간다. 당초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동행하려 했으나 일정 조율 과정에서 불참키로 했다.
이 같은 여야의 어젠다 쟁탈전 이면엔 집권을 향한 전략적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대선에선 집토끼가 아닌 산토끼의 표심을 잡아야 승리한다는 게 중론이다. 20% 전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집토끼의 비율이다. 그들만 잡아서는 대선 승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연 확장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유다. 특히 가장 최근 선거인 4·13 총선에서 산토끼 잡기에 실패, 패배한 새누리당이 유독 타 진영 어젠다에 잡기에 적극적인 배경이다. 앞서 킹메이커로 활약한 바 있는 김종인 더민주 전 대표가 줄곧 "집권을 위해선 외연확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동일한 맥락이다. 그는 보수 정당에 경제민주화란 진보 어젠다를 투영해 박근혜정부 집권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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