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교섭단체 연설…사드배치 옹호, 정치개혁 강조"호남과 새누리당이 연대·연합정치 하자""현금은 곧 표라는 정치적 계산…청년들에게 현금 나눠주고 있다",박원순·이재명 시장 등 야당 비판이 부작용 불러올 수도"개헌은 정치문제 아닌 국가문제"'국회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 거듭 주장 丁의장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우회적 비판,국회의원의 '황제특권', 국회법 위반 등도 거론사드 배치 등 안보 거론해 보수층 결집 노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일자리 민주화 강조교섭단체 대표 연설 앞두고는 ‘댓글 열공’
5일 국회에서 연설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목소리에 여야 의원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국민이 뽑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던 것 역시 사과드립니다."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5일 20대 국회 첫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국정에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못한 점을 사과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달 10일 당 대표 취임 이후 파격행보를 이어온 '무(無)수저' 대표답게 연설도 파격적이었다. 국회의원에 대해선 '황제특권', 야당의 복지정책은 '황제복지'라 지칭하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 대표의 연설은 향후 정치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그동안 품어온 구상을 밝히고 국회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자성했다.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에 이어 '무노동 유임금'이란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해 일일이 열거한 대목이 그렇다.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국회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는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또 대기업 경영자들의 무분별한 탐욕을 법과 제도로 막겠다는 약속과 함께 정치권의 반기업 정서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도적이고 정략적인 선전책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일자리 민주화를 이룩하겠다고 약속했다.
5일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나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이 대표는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최근 국회 대치 사태 등 민감한 사안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굳이 다시 자극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심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청와대를 향해 '박심'(朴心)을 살핀다는 비판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청와대와 정부를 향한 고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1일 정 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언급된 '우병우 사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 과정 등 최근 국정 현안에 대해선 침묵했다. 사드 배치 문제는 "이 나라에서 태어난 우리의 서글픈 숙명"이라며 "오직 애국심 하나로 받아 주실 것을 눈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배치지역 주민들의 희생만을 강조한 셈이다. 대표 연설에서 사드 문제는 보수층 결집을 위한 기제로 작용했을 따름이다.반면 연설의 속내를 뒤집어보면 야당과 정 의장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 가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비리 백화점'으로 불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해선 야당 주도의 청문회를 비난했다. "인사 청문 대상자 자리에 국회의원을 앉혀서 청문회를 한 번 해보자는 말도 있다"며 누리꾼의 댓글을 인용했다.
5일 교섭단체대표 연설 도중 목을 축이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또 "법을 만든 사람들이 국회의원인데 일반적인 법은 물론 자신들이 만든 국회법이나 약속도 스스로 휴지조각으로 만든다고 비웃는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 탓에 세 차례나 여야 합의가 깨졌고, 정 의장이 국회법에 따른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렸다는 예전 주장을 답습한 것이다. 집중견제 대상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을 향해선 여당 대표가 직접 나서 견제구를 날렸다. "현금은 곧 표라는 정치적 계산으로 청년들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대중영합 정치인으로 폄훼하면서 청년수당 등의 복지정책이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고 간다고 힐난했다. 사드에 반대하거나 반대 기조로 돌아선 야당에 대해선 "사드보다 더 좋은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했지만 어느 누구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드는) 최상의 핵 방어 체계"라고 강조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행태를 자아비판한 것도 "(박근혜 정부를) 화끈하게 한 번 도와 달라"는 말을 꺼내기 위해서였다. 오히려 "대선불복 형태의 국정 반대, 국가 원수에 대한 막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야권에 칼을 겨눴다.
5일 교섭단체대표 연설 직후 야당 관계자들과 악수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개헌문제도 언급했지만 다양한 정치세력이 그간 주장해온 개헌론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짙었다.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기준과 방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못박았을 따름이다. 이 대표는 이밖에 민생과 '김영란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의 당위성, 세월호 사고를 적시한 국민안전 강화 등을 언급하는 등 광폭행보를 드러냈다. 그의 연설은 연대·연합정치를 전제로 한 새누리당과 호남의 화해를 주장하며 마무리됐다. 형식적이나마 국민대통합을 호소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이 대표의 연설이 소여(小與)로 전락한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처지를 대변하는 역설적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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