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YHE 회원사들 "한진과 선복공유중단"-새로운 해운동맹(THE얼라이언스)서도 퇴출불가피 -용선료 연체로 시스팬 등 선사들, 선박회수 잇따를듯 -압류에 억류, 회수, 잔업거부까지…한진發 후폭풍[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파산수순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해운동맹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한진해운이 속한 기존 해운동맹의 회원사들이 한진해운과의 선복공유 중단을 선언하면서 한진해운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또한 한진해운이 포함된 새로운 해운동맹은 한진의 이탈로 동맹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진발(發) 해운동맹 재편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1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가입해 있는 해운동맹 'CKYHE 얼라이언스' 회원사들은 한진해운의 강제퇴출 절차에 들어갔다. 회원사인 대만 에버그린은 "에버그린이 운영하는 선박에 어떠한 한진해운 화물도 싣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한진해운 화물을 싣고 운항 중인 중국 코스코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선복공유 중단을 포함한 비상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 동맹 회원사들은 그동안 선복공유를 통해 영업경쟁력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 왔다. 선복공유는 자사의 화물을 싣고 난 빈 공간을 다른 회원사의 화물을 채울 수 있도록 빌려준다는 개념이다. 지난해 기준 한진해운의 선복량은 세계 8위(61만2233TEUㆍ1TEU는 6m 컨테이너 1개)에 해당된다.한진해운은 이에 따라 지난 5월 결성한 새로운 해운동맹에서도 퇴출이 불가피하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기존은 물론 신규 가입한 얼라이언스에서도 퇴출이 불가피해 해운사의 중요한 영업력에 막대한 손실을 봐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5월 독일의 하팍로이드, 일본의 NYK, MOL, K-라인, 대만의 양밍 등 6개사와 디(THE) 얼라이언스 결성을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상호 공동협력 기본계약서(HOA)를 맺은 바 있다. 한진해운은 아시아-미주 항로에서 점유율 6.8%, 아시아와 구주ㆍ대서양을 항해하는 유럽항로는 점유율 3.6%다. 디 얼라이언스 6개 해운사 가운데 미주 항로 점유율은 1위이고 유럽항로 점유율은 독일 하팍로이드에 이어 2위다. 이 동맹은 2017년 4월 1일부터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등 동서항로를 주력으로 공동 서비스를 시작하며 '2M' '오션 얼라이언스'와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짜였다. 미주항로(아시아~북미)를 놓고 보면 오션얼라이언스(38.0%), 디 얼라이언스(33.5%), 2M(18.1%)의 3강 구도다. 여기에 한진해운이 제외되면 디 얼라이언스 점유율은 26%대로 하락하고 현대상선이 가입하면서 2M 점유율은 22%대로 높아진다. 해운 전문가들은 "현대상선이 디 얼라이언스 가입에 실패해 2M으로 이동하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디 얼라이언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됐다"면서 "중국과 대만이 주도하는 오션얼라이언스와 2M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한진해운의 선박 압류와 입항 거부도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법원은 이미 한진해운이 소유한 5308TEU급 컨테이너선인 '한진로마호'를 싱가포르 항구에 가압류했다. 한진해운이 용선해 운영하던 컨테이너선 '한진멕시코호'도 선주인 PIL이 용선료 체불을 이유로 운항을 거부하면서 운항이 중지됐다.
중국 샤먼ㆍ싱강, 스페인 발렌시아, 미국 사바나, 캐나다 프린스루퍼트 등 해외 항구 다수는 한진해운 선박의 입항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압류가 이어지면 현재 한진해운에 선적된 화물 총 54만TEU의 처리가 지연되고, 화주들이 피해를 본다. 미선적 화물의 경우에는 8~10월이 원양항로 성수기여서 앞으로 2~3개월간 선박 섭외에 난항이 예상된다.해외 선주들도 선박회수에 들어갔다. 현재 한진해운은 37척의 컨테이너선을 보유하고 있고 61척은 해외선주들로부터 용선 중이다. 해외선수 가운데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시스팬은 가장 많은 7척을 한진해운에 빌려준 상태이며 콘티, 사이너, 다나오스, 퍼시픽인터내셔널라인, 릭머스 등의 해외선사들도 한진과 용선계약을 체결했다. 시스팬은 120여척의 컨테이너선을 보유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선주사로 한진해운이 연체한 용선료는 200억원이 넘는다. 게이왕 시스팬 최고경영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만간 배를 찾아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해운의 용선료 조정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 "용선료를 인하하느니 차라리 선박을 회수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서비스 업체들이 대금 체불을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면서 한진해운 선박이 부산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입항하지 못해 화물수송에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신항의 래싱 업체 3곳이 1일 0시부터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래싱은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것으로 이 작업이 안 되면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게 불가능하다. 한진해운이 기항하는 부산신항 한진터미널의 래싱 업체는 3곳이다. 해당 업체들이 한진해운에서 받지 못한 대금은 업체당 1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업체들은 "밀린 돈도 문제지만 앞으로 작업하더라도 대금을 받을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항만공사는 해당 업체들에 "공사가 지급보증할 테니 작업을 재개하라"고 설득하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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