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패배' 송영길, 그가 당대표 되어 이루려 했던 꿈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홍유라 기자]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유력 당대표 주자로 꼽혔던 그였기에, 탈락 소식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송 의원의 예상치 못한 탈락을 두고 역선택,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이 찍겠지 하는 지지층의 과도한 안심, 타후보들의 예상 밖 선전, 예비경선단의 제한적인 구성 등 여러 이유들이 제기됐다.
이유가 어쨌든 송 의원은 낙선했고,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호남을 대표할 차세대 리더가 되어 더민주와 호남의 손을 다시 맞잡게 하겠다는 구상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제1야당 대표로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저지를 위한 3자 테이블을 제안하겠다는 구상도 틀어졌다. 무엇보다도 그는 인천시장 낙선 이후 새롭게 그렸던 정치구상을 새로 짜야만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앞서 아시아경제는 예비경선 하루 전날인 4일 송 의원과 인터뷰를 했었다. 선거운동으로 지친 기색이었지만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당시 인터뷰 기사에서는 호남 차세대 리더가 되어 당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구상과 사드 배치 논란에 대한 해법 등이 실렸다. 당시 기사에 담지 못했던 나머지 이야기를 전한다. 민선 자치단체장을 경험한 뒤 국회에 다시 돌아온 그는 자치 분권을 실현하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지방자치 분권 세력이 여의도 정치 중심에서 소외되어 있다. 예전에 인천시장 시절 국회의원이라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약간씩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국회의원 만나기 어려웠다. 너무 불친절했고, 얼굴 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여의도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도 마찬가지였다. 이렇다보니 지방자치단체들은 꼭 대기업(중앙정부) 하청업체 같았다. 죽어라고 일하는데 납품단가나 후려침을 당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어떻게 전화 한 통 안하고 지방세를 깎아 버리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확실하게 해결하겠다. 그리고 정권교체가 되면 인수위 핵심 포스트에 지자체 대표들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그래서 모피아(기재부 관료들)에게 흔들리지 않게 하겠다. 새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자치분권을 실현하는 개혁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이걸 할 수 있는 건 내가 확실히 경험을 해서 느낀 것이 있기 때문이다."그의 시선은 집권에 그치지 않고 집권 이후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바람직한 당청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우리가 대통령을 배출한 뒤에도 대통령 한 마디에 흔들리는 정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친박처럼 되면 절대 안 된다. 당은 자주성을 갖고 대통령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지만, 대통령이 관료에 포위됐을 때에는 우리가 관료를 통제하고 대통령이 민심을 저버리지 않도록 감시 감독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내시, 환관 같은 사람들에게 포위된다. 우리도 지난번에 청와대와 집권여당간의 갈등 때문에 망하지 않았나. 당까지 깨졌고.... 그런 실수 두 번이나 했으니 제가 당대표가 되면 새로운 대통령은 2년3개월은 20대 국회와 함께 가는데 긴밀하게 당정협의를 할 것이다. 당대표가 되면 절대 내각에 안 들어가고 끝까지 당을 지키게 할 것이다. 그래서 당이 중심이 되서 당정 협의를 제대로 해 내각 구성에서부터 국정 운영에 이르기까지 책임정치를 하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노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과 싸웠다. 김민석 전 의원이 탈당하고 그럴 때 저는 후보 수행을 자처했다. 제일 먼저 1번으로 수행했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너무나도 초라했었다. 국회의원 한명이 곁에 없었다. 이회창 당시 후보는 7~8명씩 국회의원들이 몰려다녔는데. 그 모습에 너무 충격 받아서 나섰다. 그 뒤에 이종걸, 정장선 등이 후보를 수행했다. 탄핵 당했을 때에도 온 몸으로 막았다. …… 노 전 대통령도, 김대중 전 대통령도 비판한 적이 있지만 그것도 못하면 그게 무슨 국회의원인가. 비서지. 대통령 말만 따르는 거 옳지도 않고 노무현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사안이 있으면 찬반 토론을 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과 이견을 두고 맞붙기는 했지만) 대의에서는 항상 같이 해왔다고 생각한다."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과 오랜 생활 정치를 같이했다. 두 전 대통령에게 무엇을 배웠는지 물었다. 그는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왜 한숨의 내쉬었는지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알지 못했다. 인터뷰 뒤 안타까움, 그리움, 회한의 감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김 전 대통령에게서는 국제 외교 감각과 역량 등을 많이 배웠다. 또 대중경제론을 통해 경제를 배웠고,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배웠다고 생각하다. 정말 많은 일을 하셨다. 민주주의 기초도 만들고. 노 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을 폐지하는 새로운 정치 물결을 만들었다. 두 분 다 (우리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하셨다. 하지만 인간적 단점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애증도 있었다. 돌아가신 뒤에 어떤 반성이 들었나 하면, 그때 좀 무정했던 거 같았다. 소통을 잘해서 우리까리는 안 싸우고 좀 더 알차게 국민 위해서 더 일을 많이 했어야 했는데... 아까운 시간을 그렇게 보냈구나. 지나고 나니 더 소중했던 그 시간들이 가고 이렇게 이명박근혜 암흑시대가 와버렸다."송 의원은 그동안 '누구의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좀처럼 듣지 못하는 정치인이었다. 연세대학교 첫 직선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에게 김 전 대통령 측은 동교동의 비서로 정치권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그는 정치보다는 노동자와 서민의 곁에 서겠다며 거절한 뒤 인천에 내려가 배관공, 공장노동자, 택시기사 등을 하며 생활을 했다. 노동운동보다 양심을 가진 법조인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 뒤 뒤늦게 사법고시를 준비했던 그는 양김(YS, DJ)의 분열을 지켜보며 분노했다. 1994년 북핵위기 당시 김 전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로 내세웠던 일괄타결론을 접한 뒤에야 김 전 대통령과 마음으로 화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과도 애증의 세월을 보냈다. 노 전 대통령 후보 시절 가장 먼저 후보 수행으로 나섰고, 정몽준 전 의원이 단일화를 철회하겠다고 밝혔을 때에도 노 전 대통령 곁에서 설득해 정 전 의원 집을 방문케 했다. 대선 당일에도 이길 수 있다고 안심을 시키며 노 전 대통령을 지켰던 그 였지만 집권 이후에는 여러 차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북송금 특검, 대연정 등의 쟁점이 있을 때, 그는 누구보다 강하게 반발하며 맞섰다.송 의원에게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것, 그의 말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물었다. 그는 과거 자신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사람 몸의 중심이 어디인가? 혹자는 심장, 간, 뇌 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픈 곳이다. 신체 부위 어디라도 아픈 곳이 생기면 모든 신경이 그곳에 집중된다. 이것을 치유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가 된다." 그는 이 말을 용산참사 현장에서 들었다고 했다. 아픔은 눈돌려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심에 놓고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제일 아픈 곳은 세월호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기한 연장 이것은 해줘야 한다. 인양되고 나면 조사를 할 수 있게 해줘야지." 세월호 이야기를 한 뒤 한참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 정말 문제다. 지금 검찰은 권력의 변호인 같다. 비권력자에게는 일제시대 고등검찰 수사를 하고... 법치주의의 핵심은 양면적 구속력이다. 법을 만들면 집행하는 사람도 법 위반하면 처벌 받아야 한다. 양면적 구속력이 정당성의 핵심인데 자기들은 적용안하고 남에게만 적용하면 이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라 폭력의 합리화다. 현재 검찰은 사유화된 폭력집단처럼 기소독점주의를 남발하는 것이다." 송 의원은 인터뷰 도중 인천시장 낙선 사실을 언급하며 "인천시장이 됐다면 정권교체에 개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중앙정치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일하라는 명령이라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당대표라는 목표를 잃은 그는 다시 시토젤라치(무엇을 할 것인가, 러시아어)를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송 의원이가 치유하기를 원했던 많은 일들, 송 의원의 말로 '정치의 중심'은 이제 추미애·이종걸·김상곤 3사람의 몫이 됐다.
송 의원은 예비경선 탈락 직후 다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많이들 놀라신 것 같습니다. 아직 제가 모자란 탓입니다. 더 낮은 자세로,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배우겠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전국의 동지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 들을 수 있었던 건 한편으로는 아프고, 한편으로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 시간들은 절대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보고 들은 현장과 배움, 허투루 쓰거나 혼자 갖지 않고 온전히 정권교체에 보태겠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불사하며 호남을 지키고 나라를 지킨 것처럼,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지지하고 아껴주신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더 준비된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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