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주목하는 '前 대표들의 정치'…정치 고수들의 여름나기

각기 다른 색깔로 존재감 부각시킨 김무성·문재인·안철수·손학규 前 대표'민생투어' '만찬정치' '강연정치' '정계복귀 예고'현실정치와 거리 두면서도, 생존 위해 사투"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는 격한 심정 담아[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 지난달 23일 경기 수원의 한 종합대학교. 특별강연 강사로 나선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강연장 밖에서 어색하게 조우했다. 이들의 대화 주제는 '여름'이었다. 김 전 대표는 "여름에는 주로 뭐하시냐"며 시종일관 말을 낮췄으나, 안 전 대표는 "미리 와서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깍듯하게 예우했다. 안 전 대표에게 정치권 대선배인 김 전 대표는 편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날 강단에 선 두 정치인은 창업준비생과 경영인을 대상으로 각기 다른 색깔을 뿜어냈다. 김 전 대표 강연의 화두는 '조국'이었던 반면 안 전 대표는 '기업가 정신'을 들고 나왔다.대한민국의 정치 고수들은 어떤 여름을 보내고 있을까.정치권에 따르면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번 여름에도 여야의 대권 잠룡(潛龍)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여의도 정가가 더 달아오른 이유다. 지난 대선 때도 선거를 한 해 앞둔 여름에는 대선 주자들이 대선 채비를 본격화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연합뉴스

◆대선 1년 전 여름은 대선 채비의 적기= 한때 권력의 정점에 섰던 전(前) 대표 출신 잠룡들의 행보는 최근 두드러진다. 지난달 말 정치 행보를 재개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지난 1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민생투어를 시작했다. 구슬땀을 쏟으며 걷고 또 걷는 중이다. 동행자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는 수행비서 뿐이다. 김 전 대표의 민생투어는 이처럼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한 이미지 정치에 무게중심을 뒀다. 김 전 대표는 이번 주중 정치적 발판인 부산을 찾아 시장통 민심에 귀 기울인다. 이후 주말께는 다시 서울로 향한다.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 때문이다. 10월까지 배낭을 메고 전국 곳곳을 누빌 계획이지만 마음은 전대에 쏠려 있다. 혼전 양상으로 치닫는 전대에서 비박(비박근혜)계 당대표 후보 2차 단일화를 놓고, 막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대에 신경쓰는 이유는 향후 대권 행보 때문이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전대에서 최고위원 독식에 이어 당대표까지 거머쥘 경우 대선 출마 자체가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김 의원 측은 "민생투어 직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 연합뉴스

여론조사에서 대선 지지율 1위를 탈환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이곳저곳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세월호 수색 작업 후유증으로 숨진 김관홍 잠수사의 유족을 찾아 위로한 데 이어 최근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해 영토주권 수호의지를 확고히 표명했다. 독도어민숙소에 머물거나 단촐한 유스호스텔에 숙박하는 등 가는 곳마다 서민행보가 두드러진다. 최근 행보는 '만찬정치'로 요약된다. 지난달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과 관련해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전·현직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가진데 이어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에서 일한 더민주 의원 20여명과 만찬을 통해 권력의지를 재확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연합뉴스

◆'민생투어' '만찬정치' '싱크탱크 확충'=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의 영향으로 물러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최근 대권 행보를 사실상 재개했다. 방점은 강연에 찍혔다. 측근들은 "다음달까지 중소도시 위주로 전국을 돌며 경영인과 창업준비생,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민생현장 방문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싱크탱크 확충도 눈에 띈다. 이달 말까지 전문가 그룹을 수시로 만나 확대 개편을 마친다는 복안이다. 최근 우리 교육 현실을 담은 소설가 조정래의 책 '풀꽃도 꽃이다'를 읽으며 독서삼매경에도 빠졌다. 지역구에서 열린 노래자랑 대회에선 그룹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열창해 눈길을 끌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란 가사가 향후 대권행보를 암시한다는 이유에서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전 대표(더민주 전 상임고문)

정계복귀를 예고한 손학규 통합민주당 전 대표(더민주 전 상임고문)는 올 9월 추석 이후가 복귀 시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힌 측근은 "핵심 메지시가 준비되는대로 조만간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 2야당인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포함해 '제3지대'까지 놓고 거취를 고민 중이다. 그의 고민은 '새판짜기'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손 전 대표가 서울에 마련한 숙소를 마다한 채 계속 전남 강진에 머물고 있는 것올 두고 "차기 대선에서 호남 민심에 기대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책 공부에 매달린 잠룡들= 다른 잠룡들의 행보도 점차 궤도에 오르고 있다. 여권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 혜화동의 '공(共)·생(生) 연구소'에서 세를 규합 중이며,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도 정책 대안에 초점을 맞추고 여권 인사들과 빈번한 만남을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남 지사의 경우 그동안 거의 국회를 챙기지 않았으나 최근 입장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무와 홍보라인을 교체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한 측근은 "시정에 집중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도 "이후 다른 일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서울 마포에 자리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외곽조직인 '새희망포럼'에서 각각 정책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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