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M&A 종료…'주무부처' 미래부·방통위는 먼 산만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심사 신청을 취하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를 수용하게 되면 8개월을 끈 이번 M&A는 막을 내리게 된다. 이번 M&A 심사에서 미래부는 단지 '창구' 역할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 한 게 없어 주무부처로서의 역할론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날 미래부에 M&A 신청 취하 요청서를 제출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세부 처리 계획을 28일 발표할 계획"이라며 "SK텔레콤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1일 CJ헬로비전의 M&A 심사 신청서를 미래부에 제출한 바 있다.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전원회의를 열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최종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M&A를 허용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과 이동통신 도·소매 시장에서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공정위가 전원회의 결과를 18일 공식 발표하자 미래부는 "공정위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주식 취득 및 합병금지 결정으로 기업결합은 불가능해졌다"며 "미래부가 절차를 계속 진행할 실익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번 M&A가 불가능하다고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다.남은 문제는 후속 절차였다. 미래부는 "이와 관련한 전례가 없어 불허에 따른 후속조치는 내부 검토를 거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간통신사어자의 M&A가 불허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미래부는 어떤 절차를 취해야할지 정하지 못한 것이다.가능성은 2가지로 예측됐다. 미래부가 M&A 신청을 반려하든지, 해당 사업자가 신청을 취하하든지다. 하지만 미래부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었고 결국 SK텔레콤이 취하하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이는 정부 입장에서는 해당 사업자가 스스로 신청을 취하하는 것이 행정 절차를 진행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결국 미래부는 지난 12월 1일 신청서가 접수되고 27일 취하될 때까지 이번 M&A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와 최대 케이블방송사간 M&A이고, 국내 통신·방송의 지형이 변할 수도 있는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주무부처가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미래부 심사 과정에서 '사전동의' 절차를 거치게 돼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도 심사에 아무런 영향력도 미치지 못하고 먼 산 만 바라보게 됐다.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의 M&A의 경우 미래부가 공정위의 협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돼 있다. 최종 인가권은 미래부 장관이 갖고 있다. 이같은 규정은 2000년에 신설됐다. 기존에는 공정위와 미래부에 모두 신청해야 했으나 규제 완화 차원에서 미래부(당시 정통부)로 인가 신청 창구를 일원하한 것이다. 이는 일반 규제기관인 공정위보다는 전문 규제기관인 미래부에 더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취지이기도 하다.하지만 이번 M&A에서는 미래부나 방통위의 '전문성'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협의'라는 문구로 인해 그동안 기간통신사업자 M&A 심사에서 인가 조건 등을 두고 미래부와 정통부는 종종 충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공정위가 아예 M&A를 금지할 경우에는 미래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M&A는 공정거래법(공정위 소관),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이상 미래부·방통위 소관)에 따라 심사를 하게 돼 있는데 이중 한 가지 관문이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성사가 불가능하다는 법적 해석이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M&A 심사 과정에서 미래부가 공정위 절차에만 의존한 채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방송 시장의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작 전문 규제 기관인 미래부와 방통위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기간통신사업자 M&A 심사 절차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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