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투자자 30명으로부터 모은 돈 증발 위기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직원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해온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회사를 용서할 수 없다." 11일 월요일 오전 A증권사 강서지점 K차장의 권유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투자하고 평생 모은 돈을 뜯길 위기에 처한 30여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일상을 포기하고 금융감독원 앞에 모였다. 이들은 피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여의도역 주변에서 직접 만화로 제작한 문건을 돌리기도 했다. 횡령혐의를 받고 있는 K차장은 고수익을 미끼로 이들 개인 투자자에게 58억원의 투자금을 모았고, 최근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K차장이 미끼로 던진 투자처는 공모주 투자, 사모펀드(PEF) 투자 등 다양했다. 피해자는 복잡한 투자상품에 대해 잘 모르는 호프집 사장, 전업주부, 퇴직 고령자 등이 대부분이었다. 전문적인 금융 용어를 사용하며 초보 투자자들을 타깃으로 어렵게 모은 쌈짓돈을 끌어 모은 것이다. 피해를 본 투자자 상당수는 관할 경찰서에 K차장을 고발하는 한편 지난 4월 말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경찰 수사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답변 이외에는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K차장에 대해 정칙처분을 내린 A증권사는 이번 횡령사건을 '개인의 불법행위'로 규정, 선을 그었다. 이에 피해자들은 해당 증권사의 늑장 대응과 부실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해 질타했다. 수년 전부터 개인적인 채무에 시달리면서 영업 압박까지 받아온 K차장을 징계위원회가 열린 지난달까지 지점에 방치해 두는 한편 부적절한 영업행위에 대해 알고도 묵인했다는 것이다. K차장이 초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으기 시작한 시기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차장은 고객의 투자금을 이용해 무리한 투자에 나섰고 수억 원대의 빚더미에 올랐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개인계좌로 투자금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봉춘씨는 "2012년부터 여러 차례 이 같은 문제가 불거졌던 만큼 회사가 몰랐을 리가 없다"며 "지난 5월 회사가 자체 감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K차장이 감사가 문제 되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는 문자를 피해자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증권사는 회사 내규에 따라 해당 직원에 대한 정직처분을 내렸고 경찰에도 사기혐의로 고발했으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K차장과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경찰 수사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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