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暗시각세포…明세포에서 유래됐다

국내 연구팀, 망막 시각세포 진화…기존 학설 뒤엎는 새로운 발견 제시

▲포유동물(쥐)에서 간상세포의 수가 특이적으로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br />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인지하는 간상 시각세포(가칭 ' 暗시각 세포')는 밝은 빛을 인지하는 원추 시각세포(明시각세포)에서 발생했다는 진화론적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동물의 눈은 70% 가량이 간상세포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간상세포의 발생과정에서 원추세포의 흔적을 찾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시각세포 발달에 있어 원추세포가 먼저 발생하고 일부가 간상세포로 진화해 어두운 곳에 적응하게 됐다는 새로운 학술적 논거를 제시한 것입니다. 원추 시각세포(cone photoreceptor)는 주로 밝은 빛과 색을 인지하는 고깔모양의 시각 신경세포를 말합니다. 간상 시각세포 (rod photoreceptor)는 어두운 곳에서 광자 하나까지도 인지할 정도로 민감한 막대모양의 시각 신경세포를 일컫습니다. 연구팀은 먼저 간상세포에서만 녹색 형광이 나타나는 유전자변형 생쥐를 이용해 간상세포를 분리했습니다. 생쥐의 망막을 발생 시기별로 수집한 후 형광 유세포 분석기를 이용해 순수하게 분리 정제한 것이죠. 이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방법을 이용한 전사체 분석을 통해 원추세포 특성을 보이는 유전자들의 흔적을 간상세포의 발생과정에서 발견했습니다. 이런 특징은 초기 척추동물인 제브라피쉬(어류)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고 포유동물(생쥐)에서만 특이적으로 발생한 것이 실험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유전자들의 흔적인 이른바 분자화석은 간상세포가 원추세포로부터 기원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습니다.분자화석은 과거 생명체가 오랜 기간 석화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와 유사하게 생체 세포 내에 남아있는 과거의 생체분자(mRNA, DNA, 단백질 등) 흔적들을 분자화석이라 칭했습니다. 최근 들어 진화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증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금까지 망막을 구성하는 시각 신경세포가 각각 서로 다른 망막 기원 세포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종래의 학설을 뒤엎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큽니다. 노인성 황반변성증, 망막 색소변성증 등 눈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접근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백악기 말 지구에 빛이 차단된 오랜 기간 동안 공룡은 멸종하고 포유동물이 살아남은 이유에 대한 새로운 해석 가능성도 열었습니다. 포유동물은 시각세포의 진화를 통해 암흑기에 적응해 주행성 포식자인 공룡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반면 주행성인 공룡은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을 수 없어 멸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연구는 김정웅 중앙대 교수, 아난드 스와룹 미국 국립보건원 공동연구팀이 수행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간상세포가 원추세포에서 기원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 것"이라며 "노인성 황반변성증과 망막 색소변성증과 같은 눈 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했고 복잡한 뇌 조직 등에도 유사한 연구방법을 적용할 수 있어 기초 생명과학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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