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병문안에 대해 "좀 생각해보겠다"고 확답 피해 검찰 수사 부른 경영권 분쟁…삼부자 감정의 골 더 깊어져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이 입원한 병원을 방문하겠느냐는 질문에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룹 경영권을 놓고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두 해째 다툼을 벌이면서 고령의 아버지를 찾아보는 일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 됐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신 총괄회장은 그룹 후계자로 장남 신 전 부회장을 지목했고, 자연스럽게 차남 신 회장과는 등을 지게 됐다. 신 회장은 3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이날 아산병원에 입원한 신 총괄회장을 방문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좀 생각해 보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3일 먼저 입국한 신 전 부회장이 귀국 직후 아버지 병원부터 방문하는 행보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는 경영권 분쟁으로 삼부자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는 점을 시사했다. 형제간 감정의 골은 지난달 25일 일본에서 진행된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더 깊어졌다. 신 전 부회장이 올린 신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을 해임하는 안과 본인(신동주)을 선임하자는 안에 대한 표 대결에서 신 회장이 세번째 승기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은 본인의 뜻이 관철될 때가지 주총을 계속해서 열겠다는 이른바 '무한주총'을 예고하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게 됐다. 표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한·일 롯데 그룹 원리더 입지를 재확인한 신 회장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검찰의 칼끝이 한국 롯데그룹은 물론 총수일가를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7일만에 한국 땅을 밟으면서 "(검찰 수사에 대해) 죄송한 생각뿐"이라며 "성실히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한편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18일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한 이후 현재까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9일 고열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약물 치료 등을 수행하며 10일 이상 머물다 같은 달 18일 오후 2시경 돌연 서울대병원을 나와 아산병원으로 이동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고령으로 회복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소견과 가족의 요청으로 병원을 옮겼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회피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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