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각별히 아끼던 롯데家 장녀40여년 간 주요 계열사 일선에서 경영검찰, 로비 의혹·그룹 비자금 조성 여부·문제적 관행 조사할 듯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1일 오전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석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준영 기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인가. 40여년 간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에서 일해온 롯데가(家)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인 및 그룹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오너일가로는 처음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게 면서 그의 진술 수위에 따라 롯데그룹 70년 역사가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1일 신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그간 자금추적 및 압수물 분석에 더해 이날 조사 내용을 토대로 신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석한 신 이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답하겠다"고 말한 뒤 청사 별관 조사실로 향했다. 조사는 검찰이 심문하고, 신 이사장이 답변진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신 이사장은 단순히 '오너일가'가 아닌, 안팎에서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그는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일본 유학길에 오르기 전 공식적으로 혼인한 첫째부인 고(故) 노순화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장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보다도 15년 이상 앞선 1973년부터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해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 등 굵직한 계열사를 책임지고 이끌며 오랜 기간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신 총괄회장의 각별한 총애를 받았으며 롯데쇼핑(0.74%)ㆍ롯데제과(2.52%)ㆍ롯데칠성(2.66%)ㆍ롯데푸드(1.09%) 등 그룹 지배구조 순환출자 고리마다 지분을 들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롯데쇼핑 외에도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대홍기획, 롯데리아 등 주요 계열사 이사진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현재 신 이사장에 대한 혐의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롯데면세점 입점 댓가로 10억여원을 받았다는 '입점로비', 신 이사장의 자녀들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사업권 및 계약상 특혜를 줬다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특히 검찰은 신 이사장이 장남 명의로 소유한 BNF통상을 통해 이익금을 가족에게 지급하고, 롯데백화점 본점의 요식업체 입점 등에 대해서도 뒷거래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그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앞두고 리조트 등 몸값불리기용 자산증식 거래 관련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거나 롯데역사 등 계열사의 자산거래, 과다배당, 입점 특혜 등을 통한 부당지원을 누려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에서 총수의 딸로 40여년 간 일해왔던 신 이사장을 통해 검찰은 앞서 지목된 혐의 이상의 것을 확인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일선에서 회사를 이끈 경험이 있는 만큼 그룹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여부부터 오랜 기간 누적된 회사의 문제적 관행 등에 대해 신 이사장이 진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가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신 총괄회장이 치매약을 복용했다는 이력을 공개한 정황도 신 이사장에 대한 검찰의 압박 조사를 짐작케 한다. 그간 의혹 수준이었던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문제가 정설로 확인되면, 검찰이 한국에서 조사할 수 있는 오너일가는 신영자·신동빈 남매로 좁혀진다. 신 회장과 롯데그룹의 입장에서도 신 이사장의 진술 수위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은 신 이사장을 둘러싼 의혹으로 그간 적극 추진하던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백지화를 경험한 바 있다. 혐의점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혈연관계인 동시에 핵심 경영인으로 꼽혀왔던 신 이사장의 소환 조사 및 진술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직간접적으로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신 이사장과 함께 검찰의 소환조사 대상으로 꼽히는 신 회장은 이달 2일께 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그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밤 귀국했으며 신 회장을 상대로 한 또 다른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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