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 미로 특별전 ⑧] 일생의 오브제 '초현실'…오리엔탈·詩와 만나 꽃피다

이 작품 놓치지 마세요, '황금 깃털을 가진 도마뱀'(1971)

황금 깃털을 가진 도마뱀

[아시아경제 허진석]호안 미로는 1960년대에 들어 항상 소망하던 넓은 스튜디오로 이사해 점점 규모가 큰 작업을 시도해 나갔다. 잭슨 폴록과 프란츠 클라인 등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이 개척한 대규모 평면 작품들이 미로에게 영감을 제공했다. 1971년에 발표한 '황금 깃털을 가진 도마뱀(Le lezard aux plumes d뎺or)'은 미로가 1960년대 중반에 작업한 '시(詩)'를 주제로 한 여러 작업 가운데 하나다. 당시 그는 미국의 최신 회화와 일본의 서예에서 영향을 받아 나름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었다. 미로는 1970년 역사학자이자 비평가이며 박물관 큐레이터이기도 한 마지 로웰과 인터뷰하면서 미국 회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늘 이룩하고 싶었지만 그때까지 이루지 못한, 충족되지 못한 욕망의 단계에 머무르던 '방향'을 내게 제시했습니다. 그 그림들을 보며 나는 스스로에게 '너도 할 수 있어, 한 번 해봐, 거봐, 괜찮을 거야!'라고 격려합니다. 내가 파리에서 수학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세요."미로는 파리에 머무르는 동안 앙드레 마송과 교류했다. 마송은 초현실주의 기법인 자동기술법을 조형미술의 영역에 적용했다. 미로와 마송의 작업공간은 파리 블로메 거리의 같은 건물에 있었다. 이곳은 미로와 그의 동료 예술가들의 실험실과 같았다. 화가와 시인들은 노발리스, 아르튀르 랭보, 로트레아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한편 미로는 1966년 도쿄에서 열린 작품 회고전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해 일본의 시인, 도예가, 서예가들을 만났다. 그는 "나는 일본 서예가의 작품에 매료되었고, 이것은 확실히 내 작업 방식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나는 요즘 거의 무아지경 상태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 생각엔 나의 그림이 점점 더 생동감 있어진다고 봅니다"고 했다.1960년대의 미로는 안정과 자유로움 속에서 작품을 성취해냈다. '황금 깃털을 가진 도마뱀'은 그 시기에 이룩한 성과이다. 미로의 형식은 점점 개방적으로 확장됐으며, 그의 생동감 넘치는 필치는 훨씬 극적으로 나아갔다. 그러면서도 그의 회화는 특유의 시적 성격과 무결함을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유지해 나갔다. 미로는 이 무렵 오래전부터 천착한 개인적 주제를 반추하기 시작했다. '황금 깃털을 가진 도마뱀'은 초현실주의 성향을 드러내는 석판화 열다섯 점과 시 한 편으로 구성됐다. 시는 미로가 1936~1939년에 쓴 '시적인 놀이'다. 미로는 질감과 색, 서체와 도상이 어우러진 매우 순수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강렬하게 흐르는 선은 미로 자신만의 창조 과정에 이르는 경로를 상징한다.미로는 기욤 아폴리네르와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에서 착상해 일련의 작품을 만들었다. 도마뱀 시리즈에 등장하는 다양한 화신들은 태양의 주위를 떠돌고 하프로 변신한다. 모자나 새싹, 깃털 등으로 장식해 그들이 신화의 변형이자 왕국의 상징임을 상기시킨다. 미로는 견고하고 지속적인 형식을 사용했다. 자연 발생적이고 독창적인 다양한 이미지들은 곧 '전형적인 미로'의 것으로 구분됐다. 허진석 huhbal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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