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왕산 중턱 주거지 머리 위에 거대한 물탱크를 설치한다니 말이 되나?"서울 종로구가 서촌 한옥 밀집 지역에 추진 중인 국내 최대 도로 지하 주차장 '필운대로 지하주차장'이 유사시 빗물을 가두는 저류조로 사용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또 260억원대의 사업비가 들지만 1년 주차 수입은 7억원 정도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사업 심사를 무사히 통과해 '부실 심사' 의혹이 일고 있다. 종로구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한옥 밀집 지역인 경복궁 서측, 이른바 '서촌' 지역을 관통하는 필운대로 지하에 대형 지하주차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종로구 사직공원 인근에서부터 청운ㆍ효자동 자치센터 인근까지 이어지는 필운대로 구간 일부(전체 1.2km 중 380m)에 지상 1층~지하 2층 등 3층 짜리 273면 규모의 대형 지하주차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심사 단계를 거쳐 올해 16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설계용역 단계다. 총 공사비는 서울시와 종로구가 133억원씩 내 총 266억원에 달한다. 서울에서의 도로 지하 대규모 주차장 조성으로는 첫 사례이며, 시설 면적만 1만1595㎡에 달해 국내 최대 규모다. 시와 구는 이 일대가 한옥ㆍ단독주택 밀집 지역으로 평소에도 주차난이 심한 곳이라는 점을 명분으로 들고 있다. 현재 이 일대의 주차수급은 69.7%에 불과해 서울 시내 전체 평균인 128.1%는 물론 종로구 173.8% 등에 비해 현저히 미달돼 서촌을 찾은 관광객은 물론 거주민들까지 주차난이 심각하다. 특히 시가 올해 103억원을 들여 전선 지중화ㆍ보행공간 조성 등 '필운대로 역사문화의 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 이 과정에서 노상 주차장 100면 가량이 삭선될 예정이라는 점이 직접적인 추진 근거가 됐다. 문제는 필운대로 지하에 건설될 주차장 지하 2층이 유사시 거대한 물탱크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구가 시의 투자사업심사위원회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건설의 효과로 주차난 해소 외에 "지하 2층은 우기시 광화문 침수대비 저류조로 활용해 수해 대비 시설로 이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폭우시 인왕산 일대에서 광화문 쪽으로 흘러드는 빗물을 지하주차장 2층에 가둬 홍수를 막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계획은 한때 구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의 맨 아래 층을 유사시 수해 방지 목적의 저류조로 사용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주택가 바로 위에 물폭탄을 설치하겠다는 얘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서촌 주민은 "필운대로가 인왕산 중턱에 있어 그 밑의 체부동ㆍ누하동에는 수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다"며 "우리 의견은 한 마디도 안 듣고 이런 위험한 짓을 할 수 있는 거냐"고 말했다. 투자사업 심사의 부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시 투자사업심사위원회는 구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는데, 전체 공사비가 266억원이나 되고 연간 운영비도 연간 2억2700만원이 투입됨에도 정작 연간 주차 수입은 7억6500만원에 불과함에도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구가 당시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보면 주차수입 외에 주차위반비용 절감을 10억4800만원이나 계상해 편익에 포함시키는 등 연간 편익이 30억6100만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건설 이후 33년간 949억2300만원의 편익이 발생하는 반면 비용은 334억1780만원이 들어 비용편입비(B/C)가 1.53에 달한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운영비를 빼면 수입이 연간 5억원 정도에 불과해 50년을 운영해도 본전을 뽑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구는 비금전적 수입으로 주차위반비용절감(연긴 10억4800만원), 주차위반 견인료 절감(연간6억2900만원), 차량 관리비 절감(연 2억6200만원), 주차비용절감(연 3억5700만원)등을 포함시켜 계산했는데, 주차장 건설 효과를 과대 포장하기 위한 '뻥튀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필운대로에 지하 주차장이 건설된다고 하더라도 불법 주차가 없어진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서촌 주민들은 최근 '경복궁서측주민단체연합'을 결성해 필운대로 지하주차장 건설, 백운동 계곡 물길 복원 사업 등의 지역 현안에 대해 공동 대처하기로 해 주목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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