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롯데 캐는 檢, '기업 살리는 수사' 시험대

본사 등 20여곳 속전속결 압수수색…실무자 진술보다 물증확보 주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을 담당하는 검찰 수사팀이 기업비리 의혹의 새로운 수사관행을 만들어낼 것인지가 또 다른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롯데수사에서 과거 기업수사와는 다른 수사 관행을 선보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롯데그룹 본사와 호텔롯데, 롯데쇼핑(백화점·마트·시네마사업본부),롯데홈쇼핑 등 주요 계열사 6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검찰은 14일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상사, 롯데닷컴, 코리아세븐,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등 모두 1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압수수색 대상에는 호텔롯데 계열 롯데제주리조트, 롯데부여리조트 등도 포함됐다. 검찰 압수수색은 불과 며칠 사이에 20곳이 넘는 곳에서 이뤄졌다.  
검찰은 과거 기업수사에서 실무자 진술에 기대는 수사를 이어갔다. 실무자 줄소환이 이어지면서 당사자는 물론 기업 입장에서도 업무에 직간접적인 피해가 갔다. 게다가 진술에 의존한 수사는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리거나 진술이 번복될 경우 수사가 벽에 막히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결국 수사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고, 결과물 역시 기대 이하로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검찰이 롯데수사에서 짧은 기간에 전방위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은 풍부한 물증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소환 대상자 '입'에 의존한 수사를 지양하고, 철저히 증거에 근거한 수사로 혐의 입증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른바 '기업을 살리는 수사'는 김진태 전 검찰총장 시절부터 강조해온 부분이다. 김 전 총장은 지난해 3월 "내사를 정밀하게 해 수사에 착수하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히 도려낼 수 있다"면서 "신속하게 종결함으로써 수사대상자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수장의 이러한 당부에도 현실은 많이 달랐다. 검찰이 롯데그룹 수사에 앞서 진행했던 주요 사건을 보면 KT&G 10개월, 포스코 8개월 등 수사는 장기화하기 일쑤였다. 실무자 줄소환 관행은 변함이 없었고, 검찰과 기업 모두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기업비리 수사는 원칙을 갖고 진행해야 한다는 점은 김수남 검찰총장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부정부패 수사에 대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부정부패 수사는 새가 알을 부화시키듯이 정성스럽게, 영명한 고양이가 먹이를 취하듯이 적시에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 취임 이후 사실상 첫 작품인 대우조선해양 수사와 최근 쟁점인 롯데그룹 수사는 검찰이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실현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수사에서 자료가 확보되지 않으면 관계자를 여러 번 불러 상호 간 불편을 초래한다"면서 "물증 확보를 통해 수사 장기화를 막고 조속하게 끝내는 게 수사대상자나 검찰, 국민이 보기에 적합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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