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경10년후②]기사 편집이 사라질 때 '편집'국은 뭘 할까

미디어 대격변의 시기입니다. 매일 새로운 생각과 모양을 갖춘 콘텐츠가 쏟아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실시간 뉴스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갑니다. 지난 10년 온라인 강자로 우뚝 선 아시아경제이지만 다가올 10년에는 또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되는 시기입니다.박충훈 기자(이하 박)의 진행으로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하 황),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이하 백), 이상국 디지털뉴스룸 부국장(이하 이)이 디지털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너무 솔직하게 털어놓은 신문사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사진 왼쪽부터 이상국 디지털뉴스룸 부국장, 황용석 건국대 교수,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박충훈 : 전통적인 매체에서 특정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는 활동의 의미가 축소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면을 보면 '편집'이라는 개념이 들어가는데요. 기사 배치부터 제목, 레이아웃을 통해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는 일련의 작업을 거칩니다. 이상국 부국장께 묻고 싶네요. 모바일 뉴스가 한 건씩 개별적으로 소비되면서 기존 편집 개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위기라면 위기, 기회라면 기회라고 보여지는데요.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룸을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세요?이상국(이하 이): 편집기자 생활을 20년 정도 하면서 신문 변화를 쭉 지켜봤어요. 지금은 디지털뉴스룸을 맡아 이쪽 상황을 보고 있구요. ‘지난 10년과 향후 10년을 비교하지 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예측대로 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주류 플랫폼이 생기면 그곳에 잘 편승하는 것이 나아보일 수 있어요. 그 플랫폼이 네이버나 페이스북이 될 수 도 있고, 아예 새로운 게 나올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 플랫폼 자체도 하나의 (대세가 될 것이라는) 가정일 뿐이에요. 중요한 건 시티폰이나 삐삐처럼 과도기 속에서 사라지는 것인지, 또 어떤 것들이 지속할 수 있는 것인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죠.

스마트폰에선 기사들과의 관계나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다. 기사 한꼭지만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디지털 변화는 60% 이상이 모바일 쪽으로 넘어갔다고 봅니다. 여기서 모바일은 휴대폰이 아니라 이동이 가능한 매체를 말하는 겁니다. 플랫폼에 올라타는 게 맞는지, 우리가 시장 특징을 읽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맞는지가 문제입니다. 박 기자가 말한 '편집'은 기존에 뉴스가 배치될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어요. 그러나 가치 결정(중요한 기사를 지면의 맨위로 올린다는 등의 사례), 콘텍스트 생산(맥락, 두개 이상의 기사를 지면에 배치해 특정한 의미를 생성하는 것) 등의 편집 개념을 모바일에 적용하니까 안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모바일에선 오직 한 개의 뉴스만이 움직여요.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가신문이 발전해 온 과정 속에서 뉴스는 ‘정보’와 ‘새로운 사건들’로 정의됐어요. 그러나 신문사의 이익에 의해서 너무 많은 뉴스를 생산해 온게 사실이죠. 매체가 많아지면서 이 같은 인플레이션은 악화됐구요. 그럼 '뉴스라는 것은 무엇인가'하는 개념을 재조명할 시기가 됐습니다. 모바일로 오면서 기존 뉴스 개념으로 작동하지 않는 뉴스가 많아졌어요. 이건 편집국의 뉴스 제작시스템 전체를 재고해야할 정도의 충격이에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 것인지가 핵심이겠죠. 우리가 계속 공급자가 될 수 있을지도, 신문사가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합니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처럼 큰 미디어일수록 뉴스를 다른 것으로 전환하는 게 힘들 겁니다. ‘스브스뉴스’ 같은 필사적 노력의 결과물이 있지만 '수익'이 나는지 보장은 안 되요.‘수요가 있는 것들로 갈 수 있느냐’가 현재 봉착한 가장 큰 문제라고 하겠죠. 네이버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메이저 신문이나 방송이 존재할 수 있을까 등의 문제도 있습니다. 특히 방송채널은 인터넷이 들어오는 순간 위기를 맞았죠. 완전히 새로운 전략을 짜서 새로운 생존 모델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박: 공급과잉시대에 신문사들이 가진 역할 자체의 위기이자, 수익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는 말씀이네요.백: 황 교수님 말처럼 뉴스와 뉴스가 아닌 것의 경계 무너지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뉴스는 이러해야 한다’고 구별하지 않습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이제야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죠. 독자 관점에서 어떤 뉴스를 만들고 접점을 늘릴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황: 미디어 산업구조와 소비자구조 모두 바뀌고 있어요. 새로운 기술 시장에 진입할 때엔 수익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현재 2~3개 포털이 뉴스 유통채널 7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뉴스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조사해보니 이용자들은 보통 5개 이하를 깔아 놓았더라구요. 습관적으로 이용하는게 돼야 뉴스를 소비할 수 있는데, 모바일에서 독자적인 웹 도달률을 확보하는 경쟁이 너무 치열합니다. 혁신이나 구조적 변동이라는 건 본질적 패러다임 변화를 일컫습니다. 시장 규칙이 변화했으니 중장기적인 전환의 기회들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당면과제 몇개를 들어보자면요. 첫째, 너무 많은 뉴스가 생산되고 있는데 단순히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중복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한국 고밀도 사회여서 전도성이 높아요. 모든 뉴스가 내셔널 어젠다(national agenda)입니다. 멀리 섬에 있는 분들도 청와대에 무슨 일이 있는지를 이야기해요. 미국은 로컬 단위로 뉴스가 생산됩니다. 전도성이 높다는 건 뉴스 가치가 빨리 증발된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새로운 뭔가(Something new)'라는게 사라지는 속도가 빠릅니다. 과거 시장 구조에선 버틸 수 있었으나 더 복잡한 사회에선 미디어 시장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겁니다. 과잉생산에선 좋은 뉴스가 생산될 수 없어요. 양질의 뉴스를 생산해도 수익성이 없습니다. 선발자와 비선발자의 구조가 재편되는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봅니다. 고품질 유료매체를 빼고는 종이신문은 모두 무가지가 될 거구요.생존 방법을 꼽자면 채널 아이덴티티와 브랜드가 강해야 합니다. 또 소비용 고효율 생산을 고민해야 되구요. 한 예로 뉴욕타임스는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에버그린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장마철 곰팡이 주의' 같은 기사는 거의 매년 나오는데 이런 걸 별도로 만드는 겁니다. 데이터베이스도 중요시합니다. 기존 취재기사는 그 자체만으로는 데이터베이스로서 가치가 없어요. 기사 입력 때부터 데이터베이스화해 태깅을 하고 코딩을 통해 데이터 분석에 들어가는 겁니다. 기사 자체가 가치가 없으면 부가가치를 만들기 힘들어요. 송고 단계부터 데이터로 축적을 해야 가치가 생기죠.둘째, 모바일 혁신은 당장 돈이 안 되는 걸 알면서 선발자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주주들에게 중요한 건 현재가 아닌 미래 가치입니다. 끊임없이 준비해서 정보 생산뿐 아니라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게 필요해요. 이를 위해 다양한 제휴를 시도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구글에 아카이브를 전부 개방하고 있는데요. 구글에서 검색하면 뉴욕타임스 기사 첫 페이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사의 둘째 페이지부터는 읽기 위해서 과금이 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죠. 미디어 단독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인기 동영상 채널 운영자는 연예인처럼 소속사를 두고 관리를 받는다. 이른바 MCN(멀티채널네트워크)가 대세로 떠오른 이유다. 신문도 MCN화 된다면?

백: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Multi Channel Network, 인기 영상 채널을 여럿 묶어 관리하는 사업) 모델을 미디어에 적용하는 건 어떨까요. 기존 매체들도 위기감을 느끼지만 100년 전통 틀을 확 못 깨버리고 있습니다. 신문사가 제대로 된 대응만 하면 1인 미디어, 블로그와는 다른 장점을 살릴 수 있는데요. 배타적 접근권(출입처), 콘텐츠를 정리하는 능력 등이 그것이죠. 고객의 니즈를 잘 맞추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개별 미디어가 데이터베이스 등을 잘 구축해 강력한 브랜드를 이루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요.황: 사실 언론사는 앞으로 IT 기업이 돼야 합니다. 이미 웹 2.0 논의(데이터의 소유, 독점 없이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생산하고 인터넷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사용자 참여 중심의 인터넷 환경. 두산백과 참조) 때부터 나온 내용이죠. 구글은 유튜브 광고료를 영상 제작자와 7대 3으로 나눕니다. 구글 플레이 마켓 광고료 배분도 7대 3이구요. 이용자들을 진작시켜 콘텐츠를 만들게 하는 윈윈 전략이죠.반면 야후는 전문가들을 뉴스 에디터로 사용해 인기를 끌었습니다만 수익 모델이 없었어요. 유저를 어떻게 초빙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가치 있는 이용자가 중요해요. MCN에 접근하는 기업은 많아요. 아시아경제 같은 경제신문은 '증권 고수'들을 초빙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죠. 이런 식의 디지털 경험을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되요. 이: 가치 있는 이용자를 찾으라는 미션을 못하게 하는 게 포털 뉴스 공급 체계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미디어에게 돈을 주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공짜잖아요. 이게 신문 브랜드가 세탁되는 효과를 불러옵니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타깃을 결정할 수 없도록 하는 문제가 나오구요. 포털이 정한 타깃에 의존해야 합니다.콘텐츠도 그들이 원하는, 문제없는, 무난한 콘텐츠 위주로 유통됩니다. 언론이 할 수 있는 걸 막아 놓은 거죠. 무한경쟁체제에선 광고주들, 클릭수로만 결정하는 시장이 우선이에요. 뒤틀린 시장을 바로잡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미 늦었는지도 몰라요. 어쨌든 수익이 발생해야 하는 게 언론사의 지상 명제입니다. 이를 무시하고선 가치 있는 이용자를 찾기는 어려워요.백: 그런데 또 그런 문제의 원인제공자 중 하나는 미디어에요. 그나마 바로 잡을 가능성은 새로운 기술 때문에 생기는 다양한 채널에서 찾을 수 있지요. 포털 영향력이 완화되는 과정인데, 미디어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기존 포털 위주 시장, 조회수 위주 시스템에 몰입하고 있어요. 황: 포털 위주 시장에도 명암이 다 있습니다. 문제가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전재료를 제공하잖아요. 포털은 완전경쟁 시장이 아니에요.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들어간 매체 입장에서는 시장의 보호를 받습니다. 언론사로선 득이 더 많다고 봅니다.

포털과의 뉴스 제휴는 언론사에게 달고도 쓴 열매다. (이미지 캡처 = 네이버 뉴스스탠드)

이: 득이 더 많기 때문에 언론들의 성장을 멈춘 건 아닌가요.황: 시장의 돈이 몇몇 미디어에만 몰리게 되요. 언론사 홈페이지 배너나 광고가 포털이 주는 전재료만큼의 돈을 주진 않습니다. 제공자 입장에선 시장의 기회가 없어진다고 보지만 선발자들이 보호되는 효과도 있어요. 물론 얼마 못 가긴 할 겁니다. 포털 수익구조가 떨어지거나, 소셜미디어가 약진하면 개별 매체가 한계를 보여요. 핵심 콘텐츠를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백: 언론들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클릭만 유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기사의 품질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이: 누가 기사를 볼지 타깃팅이 안 된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백: 포털에 우리 상품을 늘어놓으면 누가 사 가는지 몰라요. 포털에 그걸 요구해도 안 준다고 합니다. 언론사들이 보유한 개별적인 데이터도 없어요.황: 신문협회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데요. 타깃팅에 필요한 기초 데이터가 없다는 건 맞는 말입니다. 뉴스가 임의(Randomize)의 상품이 되요. 포털도 가치 있는 결과를 내놓기는 힘들구요. 선정적 경쟁만 늘어날 뿐이죠.이: 디지털뉴스룸에서는 현재 아시아경제 지면 기사를 리뉴스 개념으로 재생산해 카드뉴스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한눈에 보여주고 뉴스 의미를 단순하게 정리하는 거죠. 기존 기사가 네이버 웹에 접근하기 위한 것이라면 카드뉴스는 모바일에서 접근하기 쉬운 겁니다. 모바일 독자는 기존 독자보다 한 살이라도 젊을테죠. 타깃팅이 중요한데 활용하기 어려운 여건입니다.박: 현업에서 콘텐츠를 작성하는 입장에서 보면 포털 편집자에 의해서 기자 의도와 다른 대상 타깃팅이 이뤄질 때도 있어요. 백: 포털의 관점에서는 그 모든 콘텐츠들을 상품화하고 있는 거죠.황: 백화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것에 대한 편집성 인정 문제도 연결되고 있어요. 미국에선 중요한 판례가 존재합니다. 구글 검색 결과에 대한 편집성 문제 소송이었는데, 미국 법원은 두 번 다 표현의 자유로 인정했어요. 포털이 전재료를 내고 뉴스를 사와서 게재하는 건 편집의 자유로 볼 수 있다는 얘기죠. 신문사 입장에선 ‘독점적 시장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법합니다. 한 방향으로만 설명하긴 모호한 문제죠.

카드뉴스 '청소 안하면 살찐다?'와 '바나나의 7가지 진실'은 각각 120만, 101만 뷰를 달성했다. (이미지 캡처 = 아시아경제 네이버 포스트 '친절한 경아씨')

백: 미디어가 할 수 있고, 또 하고 있는 모바일 최적화 콘텐츠가 바로 카드뉴스입니다. 편집은 레이아웃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텍스트도 모바일에 안 맞으니 모바일 레이아웃에 맞춘 게 카드뉴스입니다. 형식 문제가 아니라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는 거죠. 종이신문, 웹이 아닌 모바일에 맞는 뉴스가 필요해요. 그러나 지향점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황: 전 카드뉴스를 스낵 콘텐츠라고 부르는데요. 단시간 내에 소비되는 콘텐츠입니다. 주류가 되긴 어렵다고 봐요.이: 긴 글을 모바일에 올려봤는데 그래도 글보다는 카드뉴스가 더 많이 읽히더라구요.황: 모바일은 사용기간이 짧습니다. 세션, 리듬이 다르죠. 그 짧은 리듬에 맞춘 게 카드뉴스에요. 미국에는 롱폼(Longform) 기사라고 해서 뉴욕타임스식 긴 기사도 인기가 있습니다. 주로 저녁 시간에 많이 읽히죠.백: 모바일이라고 해도 긴 뉴스가 읽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잘 먹힐지…. 의문입니다.황: 한국은 독서 문화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영상을 선호하면서 읽기 문화의 위기가 왔어요. 이: 읽는 습관은 1-2년만 포기하면 다시 찾기 힘든데 말이죠. 독자들도 꾸준한 읽기 훈련이 필요할 듯 싶네요.(3편(마지막)에 계속…)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정리 = 권성회 수습기자 stree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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