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구조조정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호황기 대비 어떻게 하려고인력 감축ㆍ조직 통폐합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 방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숙련된 직원들이 대거 이탈하면 과거처럼 발주가 다시 쏟아질 때는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무턱대고 규모만 줄이는 구조조정이 정답이 아니다. 1980년 중반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겪었던 일본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일본은 불황기가 지속될 것이라 판단해 독 절반을 폐쇄하고, 핵심 인력을 줄였다. 그런데 일본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호황기는 찾아오고, 한국 조선업에 추격을 당하기 시작했다. 백점기 부산대학교 교수는 "지금 이 불황을 한국이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고 일본의 전철을 밟는다면 한국은 중국에 세계 1위의 위상을 넘겨줄 수밖에 없고 향후 호황기의 혜택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기업에도 자구안 내라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경영상태가 양호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까지 자구안을 제출하고 삼성중공업의 경우 삼성그룹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금융당국에서조차 수주 물량을 거론하며 부채 비율이 각각 298%, 143%에 불과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부채비율 7308%(개별기준)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보다 더 큰 유동성위기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산업계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신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도 아니고 만기 자금을 연장해 달라는 것인데 금융당국과 KDB산업은행이 더 큰 부실이 있다며 삼성그룹 차원의 증자를 요청하고 있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증자를 한다는 발상 자체도 문제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실패를 정상적인 기업에 떠넘기려 하는 것은 조선업 전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무능한 경영진의 무책임화(禍)를 키운 건 정부지만 부실의 단초를 만든 건 기업을 이끈 경영진이었다.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된 STX조선해양 역시 조선업 호황이 영원하리라 믿었던 강덕수 회장의 판단이 실패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지금의 위기상황에서경영진과 대주주는 회사 부실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지만 뒤로 물러나있다. STX조선해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회사가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전 보유한 주식을 모두 팔아 손실을 회피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역시 사재 출연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위기로 내몰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국내 9개 조선사 노조로 구성된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가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주도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있다.
-공생보다 공멸 택하는 노조조선업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지만 장기간 호황을 누려온 조선업 노동조합은 최악의 불황기임에도 호황기의 수준을 넘는 고용안정과 임금, 처우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조5401억원의 영업손실과 1조3632억원의 당기손실을 내면서 초긴축경영에 들어갔다. 노사가 한 몸이 돼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는 대주주와 경영진에 과당경쟁과 부실경영을 책임을 물고 더 나아가 재벌개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부실의 1차 책임이 경영진에 있는 것은 맞지만 그동안 고임금과 복지 혜택을 누려온 노조는 경영난의 책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직원 1인당 연봉은 7827만원으로 조선업계 1위다. 조선산업은 여전히 공급 과잉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매출은 줄고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만 계속 나가고 공멸로 가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경호·심나영·김혜민·조슬기나(세종)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