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국토교통부의 혜안을 기대하며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한 주거비 경감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2차사업도 포함돼 있는데 국토계획을 책임지는 부처에서 지자체의 지역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그리고 해당 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의과정을 거친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지정권자인 국토부는 과연 이곳이 주택을 짓기에 적당한 곳인지,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꼼꼼하고 내실 있는 검토를 통해 지정해야 한다. 일단 주택이 지어지면, 건축물의 비가역성과 고착성으로 인해 수십년 간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지역의 장소적 특성과 의미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지역의 실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해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 과거 1995년까지 주택재개발사업구역이나 주택재건축사업구역 등을 건설교통부(현재 국토교통부) 장관이 구역을 지정했었지만 1995년 도시재개발법이 개정되면서 구역지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했는데,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이번에 국토부가 발표한 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2차사업 대상지 중 유독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롯데 알미늄 부지가 눈에 띈다. 이곳은 '준공업지역'에 속해 있다. 준공업지역은 '경공업 그 밖의 공업을 수용하되, 주거ㆍ상업기능 및 업무기능의 보완이 필요한 지역'으로 정의된 용도지역 중의 하나로 산업과 여러 기능이 복합되는 산업복합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 준공업지역은 서울시 전체 면적(605㎢)의 3.3%(19.98㎢)에 불과한 작은 공간이지만, 서울시 전체 일자리의 10.3%, 제조업 일자리의 32.6% 차지하는 일자리의 집적공간이다. 또 여러 제조업이나 첨단산업이 입지해 있는 여전히 시민들의 일자리와 생계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일자리 공간으로 크나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시도 이러한 인식에 공감하고 지난 2015년 12월에 '준공업지역 재생과 활성화 방안'을 수립했다. 필자를 포함한 연구진들은 지역현장을 구석구석 세밀하게 살핀 현실을 계획에 담았다. 도시계획, 경제,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지역 여건을 잘 아는 자치구 관계자들과 함께 1년8개월여 동안 지역 주민들과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서 준공업지역의 장소별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재생과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준공업지역의 특성에 맞게 산업기능이 다수 입지한 지역은 산업기반을 유지하면서 복합적인 공간으로 재생될 수 있도록 하였고, 주거기능이 밀집한 지역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주택을 확충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했다. 하지만 독산동 롯데 알미늄 부지와 그 주변지역은 기계금속 중소기업, 작은 수리점들, 그리고 근로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을 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하여 아파트 일색으로 변모시키는 행위는 중앙부처의 시대착오적인 명령통제식의 주택공급 정책에 의해서 산업밀집지로서의 지역맥락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한편에서는 민생살리기와 지역 맞춤형 재생을 역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적 맥락과 근로자의 일터를 저버리는 국토부의 행태는 이율배반적일 수밖에 없다.서울시에서 지난 3월에 역세권의 규제를 풀어 2030세대를 위한 청년주택을 대량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보면, 서울시도 임대주택 공급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과감한 규제완화만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역세권과의 거리, 주변 용도지역 등 대상지 선정기준 등도 마련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수요자 입장에서 지역여건과 조화되지 않으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음을 주의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공간으로 유지하고 창조적인 산업복합공간으로 재생하여 활성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할지 아니면 8년간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운영하고 분양되는 아파트단지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100년 대계를 위한 우리나라 국토정책 측면에서 너무나도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에 대한 국토의 계획적 관리를 책임지는 국토부의 혜안을 기대해 본다.남진 서울시립대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