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책 한 권을 들었다. 몇 장을 넘겨 읽다가 책을 덮는데 출판사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언니가 일한다던 출판사다. 혹시나 싶어 다시 책을 펼쳤다. 반가운 이름 세 글자. 우연한 순간에 마주친 언니의 이름 석 자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잘 지내고 있나’ 안부가 궁금하다.
나는 관계를 맺는데 익숙한 편이 아니다. 아예 모르는 사람에겐 낯을 가리는 편이 아닌데 내가 조금 아는 사람들에겐 낯을 좀 가린다. 그러다가 연락이 뜸해지고 결국은 아예 몰랐던 사람보다 더 남처럼 지내게 된 사이가 많다. 한때는 하루 절반 이상을 붙어 지내며 일하고 고민의 대부분도 나눴는데 이제는 서점에서 본 이름 세 글자로 안부를 대신하는 사이 같은 관계가 많다.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내고, 핸드폰 연락처에 등록된 사람이 많은 게 자랑거리처럼 여겼던 때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 사이에 관계라는 것이 맺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사람과 된장은 오래 묵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너무 유난스럽지 않고 투박하지만 꾸밈없이 담백한 된장 같은 사람이 나에게는 몇이나 될까? 그리고 나를 그런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살면서 모든 것을 털어놓아도 좋을 한 사람쯤 있어야 한다. 그 한 사람을 정하고 살아야 한다. 살아온 분량이 어느 정도 차오르면 그걸 탈탈 털어서 누군가에게 보여야 한다. 듣건 듣지 못하건 무슨 말인지 알아듣건 알아듣지 못하건 그것도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다 털어놓을 한 사람.
-이병률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中
많이 바라지 않고 어느 날 불쑥 연락해 두부튀김 사이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 나눌 이런 친구는 꼭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
주재료(2인분)
두부 1/2모, 닭고기 100g, 마늘 1쪽, 녹말가루 적당량, 튀김기름 적당량, 참기름·다진 파 적당량씩
소스 재료
된장 1, 맛술 1, 청주 1, 고추장 1, 간장 0.5, 물 1/2컵
만들기
▶ 요리 시간 30분
1. 두부와 닭고기는 한 입 크기로 자르고, 마늘은 굵게 다진다.
2. 두부는 녹말가루를 입혀 180℃의 튀김기름에 노릇노릇하게 튀긴다.
(Tip 튀기는 것이 번거로우면 녹말가루를 고루 입혀서 식용유에 노릇노릇하게 지진다.)
3.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넣어 약한 불로 볶아 마늘향이 나기 시작하면 닭고기를 넣어 볶는다.
4. 닭고기가 살짝 익으면 분량의 소스 재료를 넣고 한소끔 끓여 튀긴 두부를 넣고 섞은 후 참기름을 넣고 양념이 골고루 잘 배도록 버무려 접시에 담고 다진 파를 뿌린다.
글=요리연구가 이정은,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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