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난 2014년 4월. 소셜커머스 빅3 중 한 곳인 쿠팡이 24시간내 배송을 목표로 하는 자체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을 때 시장은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어느덧 2년이 지난 현재. 이 시스템은 국내 유통산업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켰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배송혁신을 외쳤고, 경쟁사들도 물류센터 확보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쿠팡맨이 배송물품을 현관문 앞까지 배송 완료한 뒤, 부재 중인 고객을 위해 사진을 찍어 전달하고 있다.(사진=아시아경제DB)
소비자들은 배송직원인 '쿠팡맨'의 '감성배송'에 환호했다. 쿠팡맨 때문에 감동을 받았다는 소비자들의 후기가 이어졌고 감성마케팅 교육을 철저히 받은 쿠팡맨을 통해 빠르고 친절한, 믿을 수 있는 배송 서비스라는 점이 소비자들 마음 속에 새겨졌다.이로 인해 쿠팡의 매출액은 2013년 478억원에서 2014년 3485억원, 지난해 1조1339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총 거래액은 3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자 규모는 커졌지만 불과 설립 5년 만에 이뤄낸 그야말로 신화적 성과다.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1조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일등공신도 바로 쿠팡의 로켓배송이었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단독으로 거액을 베팅한 곳이 소프트뱅크라는 점은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소프트뱅크가 15년 전 중국 알리바바에 투자해 큰 성과를 거둔 적이 있기에 쿠팡에 대한 우려도 단숨에 잦아들었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5조 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쿠팡의 기업가치가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웬만한 유통업체의 시가총액을 능가했다는 점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대목이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1조 원은 대부분 쿠팡의 물류 인프라 구축에 투입됐고, 쿠팡은 온ㆍ오프라인을 망라한 최고의 유통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상승세를 탄 쿠팡은 지난해 11월 오는 2017년까지 1조5천억원을 투자해 자체 배송 인력인 쿠팡맨 등 4만명을 채용하고 전국 물류센터를 현재의 14곳에서 21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에선 이 같은 성과를 이뤄낸 쿠팡의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하고 있다.손 회장은 최근 소프트뱅크의 2015회계연도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해외기업들의 포트폴리오를 소개하며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e-commerceㆍ전자상거래) 넘버원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또 '범상치 않은 재미있는 기업'이라고 칭하며 특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쿠팡은 알리바바와 스냅딜에 이어 세 번째로 소개됐다. 손 회장은 쿠팡에 투자를 한 후 실적 발표 때마다 쿠팡을 언급해 왔다. '모바일 리더'로 치켜세우며 리테일 매출 신장과 함께 쿠팡 핵심역량인 쿠팡맨과 로켓배송 등 배송시스템 성장세를 강조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
쿠팡을 이끌고 있는 김범석 대표는 지난달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꼽은 세계 산업계를 바꿀 '글로벌 게임 체인저(Global Game Changer) 30인'에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게임 체인저란 기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정도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경영인을 가리키는 말이다.이번 '글로벌 게임 체인저 30인'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인도 항공사 인디고의 공동창업자 라훌 바티아, 상업 드론시장 세계 1위 DJI 창업자 왕타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이 혁신적인 기업인으로 뽑혔다.포브스는 "쿠팡은 설립 6년 만에 5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3600명의 쿠팡맨을 고용해 한국 내에서 24시간 안에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이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또 포브스는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CEO가 한국 진출을 꺼리는 이유는 바로 쿠팡과 김범석 대표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한국이 5000만명 이상 소비자, 세계 정상급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등을 갖춘 매력적인 시장임에도 쿠팡이 있어 아마존이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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