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 대통령과 권력 다투다 '전격사퇴'…'비판 않을 것'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권력 다툼을 벌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가 결국 물러나게 됐다.터키 일간 휴리예트와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다부토울루 총리는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통합을 위해서 당대표 교체가 적절하다고 본다"며 오는 22일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다부토울루 총리는 이어 "나는 당대표 출마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사퇴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총리는 "내 입과 혀와 마음에서 대통령에 반대하는 말은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을 것"이라며 사퇴 후에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비판하지 않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터키 정치 체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의원내각제와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대통령이 내각회의 주재권 등의 권한을 갖는 준(準)대통령제가 섞여 있다.이번 전당대회 개최 결정은 이날 다부토울루 총리와 에르도안 대통령이 90분 동안 면담한 끝에 나왔다.다부토울루 총리는 2014년 8월 취임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뒤를 이어 총리직에 오르고서 사실상 실권자인 에르도안 대통령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자신만의 정책을 추진하는 등 권력다툼을 벌여왔다.따라서 대통령제로 전환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후계자 격인 다부토울루 총리를 압박해왔다.특히 지난달 29일 에르도안 대통령의 압력에 따라 다부토울루 총리의 당직자 인사권이 박탈되자 양측의 갈등이 폭발했다.다부토울루 총리는 당시 "어떤 직위에서도 내려오는 것을 지체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에르도안 대통령도 터키 국민의 유럽연합(EU) 비자 면제 시행을 6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내가 총리일 때 올해 10월에 하기로 했던 일인데 4개월 앞당기고서 왜 승리인양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총리를 깎아내리기도 했다.다부토울루 총리의 사퇴로 터키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이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터키 정치의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금융시장이 폭락세를 보였다.이날 리라화 가치는 8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은 약 4% 폭등해 달러당 2.9763리라를 기록했다.아이셰어즈 MSCI 터키 상장지수펀드(ETF)도 이날 8.2% 폭락해 3년래 최대 낙폭을 보였다.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