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가해기업, 英본사·韓정부 추궁 실마리 부족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이하 옥시) 수사 관련 책임자 선별 작업에 돌입했다. 검찰 안팎에선 피해 규모에 비춰 칼 한번 휘두르고 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68)를 유해 원료물질이 들어간 제품 제조·판매의 최종 책임자라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00%는 아니지만 제품 출시 과정에 대한 큰 그림은 파악했다"고 말했다. 법리검토와 더불어 형사처벌 대상 선별의 기본틀을 짠 셈이다.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개발 과정에서 원료물질의 흡입 독성을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알았음에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 없이 상용화해 인명사고로 이어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의심받고 있다.검찰은 특히 최초 제조과정에서 신 전 대표가 개발진으로부터 PHMG의 유해성에 대해 보고받은 내용과 경위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제품 출시 당시 인체에 안전한 것처럼 광고하고, 이후 소비자 민원이 제기됨에도 판매를 지속한 데 있어 '유해성에 대한 판단'이 관건인 탓이다.검찰은 전날 옥시 광고 담당 직원들을 불러 조사한데 이어, 3일 제품 개발 당시 선임연구원 최모씨, 현 연구소장 조모씨 등 옥시 연구소 관계자 3명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필요하면 대질조사를 통해 제품 개발 단계에서 인지된 유해성 검증 필요성을 회사 내부에서 어떻게 파악·조치했는지 추궁했다.검찰 수사 흐름은 피해자들의 시각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제조·판매사가 PHMG의 유해성을 간과한 데 정부 책임도 있다고 보고 있다. 보건당국은 1997년 PHMG가 유해물질이 아니라고 고시했다. 검찰은 그러나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을 따지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제품 명칭을 떠나 가습기 살균제는 규정상 정부가 따로 승인·심사하거나 인·허가를 내줄 필요가 없는 공산품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영국 본사를 처벌하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인과관계가 규명된 PHMG를 쓴 제품을 영국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2001년)하기 전인 2000년 10월부터 제조·판매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본사에 책임을 지울 만한 단서나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옥시도 뒷북 내부 단속으로 꼬리를 자르는 모양새다. 옥시는 전날 피해 공론화 5년 만에 공식입장을 내놓으면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자제 조사를 진행해 즉각적이고 신속한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가해제품 출시 책임을 신 전 대표 등 당시 경영진에 돌려 고발하는 형태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전날 라케쉬 카푸어 최고경영자 등 영국 본사 경영진 8명을 검찰에 고발하며 유해성 검증에 소홀했고, 피해 호소에도 제품 판매를 지속한 직·간접 지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옥시가 보건당국 제재가 이뤄진 2011년까지 10여년 간 PHMG 함유 제품을 판매한 수량만 453만개, 폐손상 피해가 공식 집계된 221명 가운데 177명이 옥시 제품 소비자다.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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