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진단①]美, 잘나가다 주춤…경제성장률도 하향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트렸던 중국 경기둔화 우려와 원자재 가격 급락세는 진정됐지만 세계 경제 곳곳은 여전히 지뢰밭이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강달러에 따른 신흥국 위기설에서부터 위안화를 둘러싼 중국 정부와 투기세력간 줄다리기, 틈만 나면 으르렁 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과의 관계, 핵을 포기 못한다는 북한,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 이르기까지 산 넘어 산이다. 급등하던 엔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고 있는 가운데 당장 이번주에 나란히 열리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중앙은행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 지가 또 다른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신흥국 등 주요국별 올해 경기 전망을 진단해본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 '나홀로 성장'이란 찬사를 들었던 미국 경제의 엔진이 주춤거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 속에서도 올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장밋빛 기대도 급속히 사그라들고 있다. 연초까지만해도 '적어도 두번' 으로 예견됐던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인상 전망도 '잘 해야 한번'쯤으로 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최근 1분기 국내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내리고 있다. 대부분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1분기 예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3%로 제시했다. 최근들어 성장률 예상을 급격히 낮춘 것이 예사롭지 않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2월만해도 2.5%대의 성장률을 전망했었다. 그러나 3월에 2% 초반으로 내렸다가 다시 1% 미만으로 내려잡았다. 그만큼 올 상반기 경기 회복 속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씨티그룹도 최근 투자 보고서를 통해 "경제지표 등을 감안할 때 1분기 GDP 성장률은 0.9%를 나타낼 것이고 올해 전체로는 1.7%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바클레이스 은행도 1분기 예상 성장률을 0.3∼0.4%로 제시했다. JP모건 체이스가 제시한 예상성장률은 0.2%에 불과했다. 미국 상무부가 오는 28일 공식 발표할 1분기 GDP의 잠정치도 이같은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 분석가들은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워낙 실망스러운데다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 변수 등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게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월가 주요은행들은 실망스러운 경제지표에 우려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지난 13일 상무부는 3월 소매판매가 한 달 전에 비해 0.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노동부도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가 한 달 전보다 0.1% 하락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활동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 부문의 회복이 예상을 하회하면서 미국 경제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촉발시켰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면서 긴축을 위한 금리 인상 전망은 크게 후퇴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선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결정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이와 관련,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변심'이 눈길을 끈다. 록하트 총재는 지난 14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4월에 (통화정책) 변화를 지지하지 않겠다"며 "(지난달 하순과 달리)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그는 앞서 지난달 21일 조지아 주에서 열린 강연에선 "(경제지표들이) 이르면 4월에도 추가 조치(금리 인상)를 정당화할 충분한 동력을 제공한다고 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만큼 경제 기류와 이에 근건한 판단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 18일 연준의 컨퍼런스에 참석," 금융위기의 여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으로 인해 우리는 상당한 불확실성과 증가하는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로인해 Fed의 통화정책 조정(금리인상)은 점진적이고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더들리 총재는 최근 강한 일자리 창출 수자와 낮은 부채 비율 등의 경제지표가 나온 점들을 꼽으며 미국 경제가 현 상황에선 "대체로 괜찮은 편"이라고 평가를 내놓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Fed의 목표 인플레이션 수치인 2%에 도달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들리 총재의 이같은 진단은 미국 경제가 향후 직면하게될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금리 인상 결정이 신중하게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씨티그룹의 윌리엄 리 북미 경제 책임 이코노미스 역시 "우리의 전망에서 위험 요인이 매우 뚜렷해졌다"면서 올해 금리 인상은 한차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금리 인상 시점으로 9월을 예상했지만 경우에 따라선 12월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 19일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이미 4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1%로 낮추고 12월 인상 가능성을 58%로 반영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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