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공원에 나가 앉았다. 고개 젖혀 봄볕에 얼굴 맡기고 가만 하늘을 보는데 연 하나가 휘청거리며 들어온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연인이 연줄 하나를 같은 손에 붙들고 벙글벙글 꽃 같은 웃음을 터뜨린다. 꼬드기려는 것이 하늘에 띄운 연줄인지, 서로의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옆에서 보는 내 볼이 괜히 복사꽃처럼 붉어지고 가슴이 콩닥거린다.
‘아이고~ 아서라’ 마흔 바라보는 아줌마가 주책도 없다. 꽃띠 처녀 마냥 설렌 마음은 일찌감치 접고 근처 사는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어디서 본 글 하나 ‘툭’ 던져 놓는다.
"아까 맥주 생각이 곧 나는데
아, 이 원수의 해가 져야지! 아, 이 원수의 해가 져야지!! 아, 이 원수의 해가 져야지!!!
난 자네 못 만나면 나 혼자라도 한잔하고 갈 작정이었네"하며
생전 처음 하는 거짓말로는 능청스럽게 늘어놓았다.
"하긴 그래, 맥주란 한 사람을 위한 음식은 아니어!
정말 그래, 맥주란 한 사람을 위한 음식은 아니어!!
진짜 그래, 맥주란 한 사람을 위한 음식은 아니어!!!"
그 원수의 해가 지지 않았지만 꽃 좋고, 바람 좋으니 기분 좋게, 맥주 딱 1캔 하자.
모름지기 낮술은 낯부끄러워지지 않게! 가볍게!!
주재료(2인분)
우엉 1/2대(100g), 빨강 파프리카 1/3개, 영양부추 1/2줌
드레싱 재료
간장 1, 맛술 0.5, 설탕 0.5, 식초 1
만들기
▶ 요리 시간
1. 우엉은 채 썰거나 연필 깎듯이 깎고 빨강 파프리카는 채 썰고 영양부추는 다른 재료와 비슷한 길이로 썬다.
(Tip 우엉을 채 썰 때에는 5-6cm 길이로 썰어 한 면을 잘라 평평하게 만든 후 자른 단면을 도마에 닿게 하고 얇게 슬라이스 하여 채 썬다.)
2. 우엉은 소금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구어 체에 밭친다.
3. 분량의 드레싱 재료를 섞는다.
4. 우엉, 빨강 파프리카, 영양부추에 드레싱을 넣어 살살 버무린다.
글=요리연구가 이정은,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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