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div class="break_mod">‘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40대 남성 A씨의 자전거에는 무엇인가가 실렸다. 등산용 가방이다. 그는 평범한 등산객이 아니었다. 지난해 4월2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천으로 향했다. 가방을 물속에 던졌다. 가방 안에는 비닐 봉지에 담긴 누군가의 시체 몸통이 들어 있었다. #A씨는 지난해 4월2일 다시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이번에는 시흥시에 있는 어느 바닷가가 행선지였다. A씨는 비닐봉지를 바닷가에 버렸다. 비닐봉지에는 누군가의 시체 머리 부분이 들어 있었다. A씨는 다음날 아침 쇼핑백을 들고 집을 나섰다. 어느 건물의 옥상 입구에 놓아 두었다. 쇼핑백에는 누군가의 시체 양쪽 팔과 다리 부분이 들어 있었다.
시화호 토막시신 신원확인.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피해자 B씨의 시체는 손, 팔, 발, 종아리, 허벅지, 머리, 몸통 등 14개 부분으로 토막이 난채 버려졌다. A씨는 엽기적인 살인마일까.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인물일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그리고 실제 상황인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B씨는 누구일까.A씨는 중국 국적이다. 그는 농부인 부모와 함께 자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부친이 숨졌고, 가정형편은 더욱 어려웠다. 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제지업체 근로자, 건설 일용직 근로자로 일했고 7년간 선원생활도 했다. 1995년 A씨는 결혼도 했다. A씨는 중국에서 '마작'을 하다가 여러 차례 돈을 잃었다고 한다. A씨가 한국에 넘어온 것은 2009년 3월이다. 물론 돈을 벌고자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서 건설현장 목수, 부직포 생산업체 근로자로 각 3개월씩 일하다가 시흥시 소재 한 제조업체로 옮긴 뒤 안정적으로 근무했다. A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적은 중국이지만 한국인과 다름 없는 동포였을까. A씨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였다. 다만 도박을 너무 즐겼다. 중국에서 입국한 이후 카지노 등에서 도박을 하느라 자신의 급여수입 대부분을 탕진했다. A씨 부인도 2013년 3월 한국으로 들어와 부부는 함께 살았다. 부인은 A씨가 돈을 잘 모으고 있는지 궁금했다. A씨는 자신의 수입 대부분을 도박으로 탕진한 사실을 밝혔다. 앞으로는 급여를 중국은행에 착실히 저축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이 지켜졌다면 A씨 부부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A씨는 아들도 있다. 착실하게 생활해야 아들을 부양할 수 있다. A씨는 성실하게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도박은 여전히 끊지 못했다. 그는 다시 도박으로 급여 대부분을 탕진했다. 자신은 물론 아내의 급여까지 도박 자금으로 사용했다. A씨 아내는 도박사실을 눈치챘다. 지난해 4월1일 벌어진 일이다. A씨 아내는 중국은행에 가서 저축한 돈이 얼마인지 확인해보자고 말했다. 이 문제로 말싸움이 이어졌다. A씨는 아내에게 견과류 껍질을 깨는 쇠뭉치를 던졌다. 그리고 목을 졸랐다. A씨 아내는 자녀 출산 이후 심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았고 2005년부터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국내에 입국한 뒤에도 증세는 이어졌고, 다시 중국으로 가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A씨는 착실하게 일하며 몸이 아픈 아내를 돌봐야 했지만, 도박에 빠져 가진 돈을 잃고 아내의 삶을 망가뜨렸다. A씨 아내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토막난 시체의 주인공 B씨는 바로 A씨 아내였다. 어쩌면 우발적인 살인이었는지도 모른다. 법원도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살인 이후 그가 보여준 모습은 엽기적이었다.
사진=아시아경제 DB
A씨는 아내가 숨진 다음날 시체를 화장실로 끌고 갔다. 회칼을 이용해 몸을 토막냈다. A씨가 14개 토막으로 분리한 시체, 하천과 바닷가 그리고 건물 옥상 입구에 버렸다. 자신의 아내를 숨지게 한 것도 모자라 토막내서 곳곳에 버린 행위는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세상은 이번 사건을 '시화호 토막살인' 으로 기억하고 있다. A씨는 징역 30년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법원은 "피해자 인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죽은 자의 시신에 대한 우리의 도덕관념과 정서를 현저히 훼손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A씨는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뒤 태연히 직장에 출근했다. 그의 평범한 얼굴 뒤에는 끔찍한 핏빛 그림자가 숨겨져 있었다. 주목할 부분은 A씨의 살아온 행적이다. 그는 2009년 3월 한국으로 들어온 이후 한 번도 형사처분을 받은 일이 없다. 중국에서도 형사처분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흉악 범죄를 밥먹듯 할 것 같은 인물인데 실제로는 '깨끗한 과거'를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그 기록이 A씨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다. 평일 저녁 시간 아내의 토막난 시체를 자전거에 싣고, 유유히 행선지로 향하는 그의 행동은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다. 그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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