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네바퀴]1인차·거실차…트랜스포머차의 도래

자율주행·친환경기술 담보돼야 가능제조업과 ICT 융합 혁신의 결정체車업계,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 중현대차, 카인포테인먼트 세계 첫 출시스케줄관리·인터넷 등 일상공간 제공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1. 2040년 어느날, 최첨단씨는 출근을 위해 1인용 스마트카에 올랐다. 캡슐 모양으로 생긴 이 스마트카는 1인용으로 설계돼 있으며 푹신한 좌석이 하나 놓여 있을 뿐이다. 최씨가 차에 오르자 전면 유리에는 당일 스케줄과 체크해야 할 업무, 주요 뉴스, 날씨 등이 나열된다. 회사에 도착하자 스마트카는 최씨를 내려주고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퇴근할 때는 시간에 맞춰 스마트카가 회사 입구에서 최씨를 기다린다. #2. 주부 고도화씨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 위해 하교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그녀의 차 내부는 마치 거실을 옮겨놓은 듯하다.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쇼파와 중앙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그녀가 쇼파에 앉아 버튼을 누르자 테이블에서 모니터가 올라온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는 모니터를 통해 쇼핑을 즐긴다. 이내 전화가 걸려오더니 화면에 남편의 얼굴이 뜬다. 이날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그녀의 남편은 공항으로 마중 나간 1인용 스마트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고씨는 남편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화면을 터치해 밥솥을 켠다.오늘날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 혁신은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사무공간 또는 생활공간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100년 이상 자동차 심장으로 자리 잡아온 엔진이 사라지고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자인 혁신이 가능해지고, 무선 인터넷이 연결돼 통신 기능이 확대되면서 지금의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형태와 기능의 스마트카가 탄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동수단을 만드는 자동차 기업들도 스마트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車 기술의 결정체 1인용 스마트카= 1인용 스마트카는 자동차 진보의 결정체로 볼 수 있다. 미래 자동차 기술의 핵심인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가 먼저 완성돼 기반을 만들어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져 탑승자가 운전에서 자유로워져야 하고 친환경차의 발전으로 내연기관이 없어져야 차의 형태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이달 초 제네바 모터쇼에서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모든 제약과 제한이 없는 자유로운 이동 생활"이라며 "우리는 '차'의 역할과 영역을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미래 연구의 최종 목표인 '이동의 자유로움'을 구현키 위해 4대 핵심 연구 영역을 제시했다. ▲필요할 때 쉽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자유로움 ▲일상과 차 안에서의 생활의 경계가 없는 자유로움 ▲이동 과정의 불편함과 사고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움 ▲한정된 에너지원과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유로움 등이다.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이동성) 변화 예측과 시나리오 연구에 주력하는 한편 자율주행 기술, 친환경 기술, 커넥티드 기술 등의 융복합을 활용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카에 2조원을 투자해 자율주행과 차량 정보기술(IT)을 향상시키고 차량용 반도체, 자율주행 핵심부품 등을 개발 중이다. 전자제어시스템과 차량용 반도체의 독자기술 확보를 목표로 2012년 반도체 설계 전문 계열사인 현대오트론도 설립했다.

커넥티드카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에 통신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차를 가리킨다. 자율주행과 함께 스마트카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최초로 구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오토'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란 차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정보 시스템을 총칭하는 것으로, 차와 스마트 기기를 연결시켜 차 안에서 인터넷 검색, 전화 통화나 음악 감상 등이 가능하다. 이어 애플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카플레이'도 적용해 올해 1월 미국서 출시한 신형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의 경우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가 기본으로 탑재됐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최초로 현대차 미국 쏘나타에 탑재된 구글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드로이드 오토

1~2인승 초소형 이동수단을 뜻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또는 퍼스널 모빌리티)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퍼스널 모빌리티인 'E4U' 콘셉트카를 공개한 바 있으며 매년 현대기아차 연구원을 대상으로 미래차 경연대회인 '연구개발(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개최해 신개념 이동수단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페스티벌에서 소개된 콘셉트카 아이디어는 다양하다. 문과 시트 배치를 자유롭게 해 공간의 편의성을 높인 차, 가변형 바퀴를 통해 폭우ㆍ폭설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사람을 구조할 수 있는 이동수단, 도로 사정에 맞게 차량의 폭을 변화시켜 주행ㆍ주차를 용이하게 하는 차, 필요에 따라 차량 간 연결과 분리가 가능한 미래형 차 등이다. 성수련 현대자동차 전자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은 "현대차는 이동성의 자유를 높여주는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 구현을 위해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차량이 다른 차량이나 인프라, 보행자 등과 정보를 주고받는 V2X(Vehicle to Everything) 기술을 비롯해 다양한 커넥티비티(연결)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2013년 선보인 퍼스널 모빌리티 컨셉카 E4U

◆완성차 업체들,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함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차를 생산하는 제조 업체에서 이동성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디터 체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카 IAA를 소개하며 "미래의 벤츠는 단순히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커넥티드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머'라는 별명이 붙은 IAA는 속도가 시속 80㎞에 이르면 공기역학 모드로 자동 전환해 차체가 유선형으로 바뀐다. 또한 다른 차량이나 사람과 통신할 수 있는 불특정 대상 간 양방향 통신 기술도 탑재했다.

차와 집안의 거울을 연결시킨 BMW 모빌리티 미러

하랄트 크루거 BMW그룹 회장은 이달 초 'BMW그룹 100주년 기념식에서 "미래의 이동수단은 사람들 일상의 모든 영역을 연결시켜 줄 것이며 미래의 기술들은 각자의 삶에 최적화된 맞춤형 이동수단으로 발전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BMW는 100주년 기념 콘셉트카 'BMW 비전 비히클 넥스트100'를 통해 세계 최초로 운전자의 생각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얼라이브 지오메트리' 기술을 선보였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6에서는 차와 거울을 연결하는 '모빌리티 미러'를 내놓았다. 이 거울은 개인 스케줄은 물론, 차의 충전 상태, 일기 예보 등 주요 정보가 표시된다. 도요타도 개인 이동수단인 퍼스널 모빌리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서 타는 개인 이동 지원 로봇인 '윙렛'을 선보인 바 있으며 초소형 3륜 전기차 아이로드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김영혁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자동차에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기술이 적용되면서 소비자가 이동성을 제공하는 하드웨어보다는 이동성 자체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자동차는 이동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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