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지난 9일부터 시작된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 간의 대국이 지난 1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국은 인간 대 컴퓨터, 혹은 인간 대 기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공상과학(SF) 영화로만 접해봤던 AI를 보기 위해 국민들은 TV앞으로 모여들었다. 우리는 이 9단의 승패에 따라 좌절하기도 했고, 감동도 했다.한편에서는 이번 대국의 최종 승리자는 구글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이 구글의 마케팅에 이용당했다는 것이다.일견 맞는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국이 다른 나라가 아닌 바로 대한민국 땅에서 치러졌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 국민들이 이번 대국을 보며 AI의 실체를 더 가까이서 느끼고 우리가 미래를 맞을 준비가 덜 돼 있음을 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번 대국이 한국이 아닌 일본이나 중국에서 펼쳐졌다면 그냥 '먼 나라' 이야기로 끝났을 수 있다. 언론도 해외 화제 정도로만 다뤘을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까지 나서 AI 산업 육성방안을 내놓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이번 대국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AI의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SW)나 기초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I가 갑자기 조명을 받으며 너무 과대 포장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AI 연구는 지난 60년간 3번의 부침이 있었다. AI는 60년대와 80년대에도 큰 주목을 받았으나 현실적인 장벽을 넘지 못해 침체기를 맞았다. 이후 2000년대 중반 딥러닝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다시 부흥기를 맞이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이번 대국 과정에서 취재를 위해 만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AI에서 이제 더이상의 부침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엄청난 데이터를 쉽게 확보할 수 있고 컴퓨팅 파워가 증가하면서 과거 AI의 연구를 가로막았던 장벽들은 거의 사라졌다.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관심이 AI에 집중되면서 또 다시 소외되는 영역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AI에 5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돈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대신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는 다른 연구 과제를 줄였다"고 말했다. 아마도 AI도 그동안 '중요도가 떨어지는 분야'여서 투자가 소홀했을 것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곳에 투자할 수는 없는 정부의 고충은 이해된다. 이럴 때일수록 멀리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관리가 더욱 필요한 때다.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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