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1966년 12월 주방세제 트리오 생산1967년 생산량 28t, 3년 만에 18배 증가LG생활건강 퐁퐁 1972년 내놔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설거지를 하려고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잿물과 쌀뜨물에 짚으로 엮은 수세미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나라 주부들은 1960년대 들어서야 주방세제를 사용했다.◆애경 '트리오'에 이어 LG생활건강 '퐁퐁' 등장=애경은 1966년 12월 국내 최초로 주방세제인 트리오를 생산했다. 계면활성제가 주성분인 주방세제는 식기류와 야채·과일 등에 붙어 있는 오염 물질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데 사용하는 제품이다. 과일 채소 식기 등을 씻을 수 있는 트리오는 등장하자마자 주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트리오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품질보증을 받은 유일한 제품이었다. 트리오를 사용한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고 시장점유율 70~90%를 기록했다. 1967년 28t이던 생산량이 1970년 493t으로 3년 만에 무려 18배 증가했다. 당시 물류가 발전하지 못했던 때라 애경은 고속국도 제1호선인 경부고속도로만 이용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경기도·충청남도를 지나 경상도로 이어지는 경부고속도로 근처 지역에만 트리오가 운반·전달됐다. 트리오를 개발할 당시 주부였던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 회장은 미국 체스트넛힐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던 이력을 살려 해외자료를 번역하고 어려운 화학 관련 내용을 풀어서 남편(고 채몽인 선대회장)에게 설명했다.
1970년대 한국기생충박멸협회는 트리오를 추천품으로 선정하고, 기생충 감염을 방지했다며 애경에 수차례 감사장을 주기도 했다. 트리오로 머리를 감는 TV 광고도 화제를 모았다. 당시 모델이었던 고 이주일 씨가 '인체에 무해한 세제'라는 말을 듣고 즉석에서 머리를 감았다고 한다. '트리오의 라이벌' LG생활건강의 퐁퐁은 1972년 출시됐다. LG생활건강은 1967년 안양공장에서 에이퐁을 내놓은 이후 퐁퐁 제품을 선보이면서 주방세제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했다. 주방세제 소비가 늘면서 생산량을 늘려야 했고 LG생활건강은 1981년 청주공단으로 공장을 이설·증설해 체계적인 생산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에는 연구소와 생산·미케팅이 한팀이 돼 피부 저자극 제품인 자연퐁 제품을 출시했다. 퐁퐁은 현재 자연퐁으로 맥을 이어가고 있다. 트리오와 퐁퐁(자연퐁)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선두 싸움을 이어왔다. 애경과 LG생활건강은 지금까지도 다양한 주방세제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주방세제 점유율은 닐슨 기준, LG생활건강이 42.7%로 애경(29.8%)을 이겼다. ◆트리오와 퐁퐁, 불투명 용기 사용한 까닭=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주방세제는 투명용기를 사용한다. 설거지를 담당하는 제품인 만큼 깨끗하다는 느낌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반면 트리오와 퐁퐁은 각각 노란색과 하얀색의 불투명 용기를 사용했다. 두 제품은 주방세제류 중에서 가장 저렴했다. 매장 내 판촉 활동이 거의 없으며, TV나 인쇄 매체를 통한 별다른 광고활동이 없어도 소비자들이 꾸준히 구매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값이 싼 제품에 고급스러운 용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투명용기로 만들어서 제조원가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트렌드에 맞게 투명용기로 바꾸지 않았다.2000년대 초반, 트리오와 퐁퐁의 가격은 4kg에 7000원 수준이었다. 1kg당 1700원 정도. 생수 500㎖가 600원, 1ℓ 12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두 제품은 저렴한 편에 속했다. 두 제품에는 리필제품도 없다. 리필이란 기본적으로 용기가 있는 제품을 좀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제작된다. 하지만 두 제품은 가격이 저렴해 리필제품 역시 불필요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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