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지대 밝혀주는 愛너지 충전소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2012년 겨울 전남 고흥에서 60대 할머니와 여섯살 난 손자가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다름 아닌 촛불이었다. 이들이 6개월치 전기요금 15만7000원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촛불을 켜고 자다 변을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에너지 빈곤층의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같은 촛불화재는 2012년 한해에만 전국에서 무려 302건이 발생했다. 지난 겨울에도 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해 화롯불을 피우고 잠든 노부부가 숨을 거뒀다.이는 한겨울 연탄 몇장에 추위를 버티는 '에너지 빈곤층'이 전국적으로 상당 규모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너지 빈곤층은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로 지출하는 가구를 일컫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08년 120만 가구에서 2012년 192만 가구로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난방비 지출이 증가하는 겨울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겨울부터 매년 1000억원 규모가 투입되는 '에너지바우처 제도'를 시작했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전기, 도시가스, 연탄 등 필요한 에너지를 선택적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등유, 연탄만 지원하던 기존 사업과 달리 전기, 도시가스, LPG 등 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기한을 최대한 보장한 것이 특징이다.제도 시행 첫해인 올해 에너지바우처 신청가구수는 52만가구로 목표가구 55만가구의 95%로 파악됐다. 대상자로 추정되는 70만명에 대해 개별 홍보물을 발송해 안내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말까지 전국 읍면동에서 신청을 받은 결과다. 발급받은 바우처는 올해 3월까지 사용이 가능하고, 잔액이 발생할 경우에는 4월 사용분에서 청구되는 전기요금에서 일괄 차감되도록해 수급자가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에너지 바우처 제도의 시행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정부의 기존 대책만으로는 지원받기 어려웠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향"이라며 "수급자 편의중심의 제도구현, 실효성 있는 전달체계 시스템 구축 등 에너지바우처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과 이행을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에너지 부문에서의 정책적 지원 프로그램은 가격할인, 요금보조, 요금미납에 따른 에너지공급 중단 유예 등 주로 간접적 지원 위주로 이뤄져 왔다. 정부는 겨울철 연료비가 평상시보다 두 배 급증하고, 영유아가구는 25%, 장애인가구는 6% 등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부담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에너지 취약계층이 직접적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했다.에너지 바우처 지원대상은 생계ㆍ의료급여 수급자(중위소득 40%이하)로서 노인(만 65세 이상), 영ㆍ유아(만 6세미만), 장애인을 포함하는 가구다. 가구원수를 고려해 1인가구는 8만1000원, 2인가구는 10만2000원, 3인이상 가구는 11만4000원을 지원한다. 지원대상자는 전기, 도시가스, 연탄 등 난방에너지원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는 카드형태의 전자바우처를 지급받는다. 공단은 카드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수급자 등을 위해 매월 전기나 도시가스 요금에서 자동으로 요금을 할인받는 가상카드 방식도 운영 중이다. 특히 에너지 바우처제도는 수급권자들이 쉽게 신청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각 기관이 연계해 업무분장체계를 갖췄다는 데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자체가 신청과 통지업무를 맡고, 발급과 정산, 사후관리는 한국에너지공단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타 바우처와 달리 여러 복잡한 서류 없이 신분증과 에너지요금고지서만 가지고 읍면동 사무소를 방문하면 자격 조회 후 원스톱으로 선정여부를 즉시 알 수 있다.정부는 올해 첫 발을 내딛은 에너지바우처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 등을 거쳐 보다 실효적인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생계ㆍ의료수급 가구 가운데 임산부가 있는 가구로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약 3000가구가 추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 에너지비용단가,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가구당 평균지원금도 높여갈 예정이다.우선 시행 첫해인 2015∼2016년 사업의 경우 대상가구별 사용에너지원, 주거형태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맞춤형 에너지 지원의 기반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원 소비패턴과 사용량 등을 분석해 맞춤형 차등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취약계층이 근본적으로 에너지빈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에너지복지 정책을 수립해나가기로 했다.변종립 에너지공단 이사장은 "이번 사업시행 이후, 바우처 전달체계와 성과 등을 면밀히 분석해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원대상이나 지원수준, 지원절차 등 제도개선을 지속 추진 할 계획"이라며 "에너지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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