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말라간다④]집값 상승의 역설

일러스트=오성수

평가금액은 올랐지만 세부담 늘고 대출이자도 여전…"살림살이 빠듯할 수밖에요"

아파트 매매거래 시가총액.(단위: 백만원)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집값이야 올랐죠. 그러면 뭐해요. 집값 오르니 보유세만 늘었어요. 대출금은 그대로니 이자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요. 오른 집값에 팔리지 않으면 당장 호주머니에 돈이 들어오지 않아 오히려 부담만 큽니다."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40대 직장인 부부의 푸념이다. 이 부부는 지난해 1월 전용면적 60㎡의 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샀다. 이후 집값은 지난해 말에는 5억1000만원까지 뛰었다. 1년 새에 집값이 5000만원가량 뛴 것이다.하지만 당장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은 없다. 외벌이인 이 가구의 소득은 월 300만원 남짓으로 변한게 없다. 되레 대출 상환 부담은 커졌다. 지난해까지는 월 30만원 가량의 이자만 냈지만 올해부터는 원리금(1억1000만원)도 분할해 같이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시가총액은 2142조5630억만원으로 지난해 12월 말(2127조9527만원)보다 14조6103억(0.7%) 늘었다. 지난 2010년과 비교하면 시가총액 증가폭은 더 크다. 2010년 1744조1161억원이었던 거래 시총은 2013년 1851조4051억원 등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 증감률.(단위: %)

시총 증가는 아파트 매매가 상승에 따른 것이다. 전국 기준 2014년에는 3.28%, 2015년에는 5.77% 가격이 뛰었다. 집값상승은 자산증식을 의미하지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내 통장에는 돈이 불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집을 팔아 수익을 실현해도 마찬가지다. 내 집 가격만 오른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 살고 있는 수준의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돈이 필요하다.서울대 경제학부 김영식 교수팀에 따르면 이 이유가 보다 명확해진다. 지난해 김 교수팀은 2008~2014년 주택과 주택담보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13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이 결과 소득이 1% 늘어날 때 소비는 0.141% 증가한 반면 주택가격이 1% 상승할 때 소비는 0.0649% 느는 데 그쳤다. 또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증가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소득층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미미했다. 서민들의 소비를 늘려 내수경기를 활성하기 위해선 집값 상승보다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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