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10만명 가입한 알뜰폰 인기 비결은

품질 동일, 요금 저렴해 연초부터 관심 늘어한정된 서비스센터 등 주의해야 할 점도 있어[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 서울 강동구에 사는 가정주부 박모(55세 여)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사러 동네 우체국에 들렀다. 저렴한 가격의 우체국 알뜰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다. 평소에 가까운 지인들에게 전화하는 일 외에는 휴대전화를 잘 사용하지 않는 그녀는 매달 비싼 요금을 내야하는 스마트폰이 부담스럽다고 느끼던 차였다. 대기표를 뽑아들고 한참을 기다린 다음에야 만난 우체국 직원은 박씨의 휴대전화 사용습관을 물어본 뒤 다양한 알뜰폰을 소개했고 박씨는 그중에서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했다. 22일 들른 서울 광화문 우체국 알뜰폰 창담 창구에는 “가입자 폭증으로 개통까지 9~10일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우체국 알뜰폰 중에 가장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요금제는 에넥스텔레콤의 A 제로, A 2500, A 6000 상품이다. 이 요금제들은 알뜰폰 사업자인 에넥스텔레콤이 우체국과 손잡고 내놓은 상품으로 기본요금을 크게 낮춰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체국 알뜰폰은 보통 접수 이후 통상적으로 2~3일이면 집으로 배송이 되는데 평소보다 4~5배 이상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개통 상담을 기다리는 대기자 역시 계속 이어졌다.

광화문 우체국에 붙은 알뜰폰 관련 안내문

고모에게 알뜰폰을 개통해주려고 우체국을 찾은 이모씨(41세 여)는 "평소 통화량에 비해 통신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불만이 있던 고모가 알뜰폰에 관심을 보여 같이 우체국에 찾아왔다"며 "대기표를 뽑아들고 1시간 가까이 기다렸는데 아직도 상담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 우체국 알뜰폰 업무 담당자는 "1월 초보다 최근에 방문하는 인원이 약간 줄었음에도 상담을 위해 여전히 긴 시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초부터 알뜰폰의 인기가 뜨겁다. 알뜰폰이란 이동통신재판매서비스(MVNO)의 별칭으로 기간통신사업자(MNO)로부터 회선을 임대해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에게 망을 임차하기 때문에 통화품질은 동일하되 요금은 저렴하다. 올해 들어 알뜰폰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있는 것은 우체국 알뜰폰의 '공짜 요금제' 덕분이다. 우체국은 지난달 4일 다양하고 파격적인 요금제를 선보인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불과 한달 만에 10만명의 가입자를 모았다.우체국 알뜰폰이 짧은 기간에 대박을 낸 까닭은 기본요금 0원으로 한 달에 50분 무료 음성 통화를 할 수 있게 나온 'A 제로(Zero) 요금제'가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통화량이 많지 않은 가입자들이 이 요금제에 가입하면 사실상 무료로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는 무제한이고 데이터는 10기가바이트(GB)까지 사용할 수 있는 월 3만9900원짜리 요금제나 기본요금 6000원에 음성 230분, 문자 100건, 데이터 500메가바이트(MB)를 주는 요금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현황

◆알뜰폰 요금, 기존 휴대전화 대비 얼마나 저렴할까=저렴한 통신요금은 알뜰폰의 최대 장점이다. LTE(4G) 스마트폰을 기준으로 기존 이용자들이 전화와 문자 무제한에 데이터 5GB 요금제를 쓰는 경우 한달 통신비가 6만원을 넘게 된다. 여기에 다른 부가 비용이 들어가면 7~8만원은 기본이다. 하지만 알뜰폰을 사용하면 월 4만원 가량에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한달에 2~3만원 차이지만 1년 단위로 계산하면 수십만원이 절약되는 셈이다. 알뜰폰은 기존 휴대전화 사용 시 부담이었던 약정기간이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저렴한 가격에 알뜰폰 서비스가 가능한 까닭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회선사용 요금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받기 때문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받은 회선사용요금을 바탕으로 이용자에게 기존 통신요금보다 20~3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싼 만큼 주의해야 할 점도 많아=알뜰폰이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우선 일반 통신사 휴대전화에 비해 고객과 사업자간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기존 통신사들이 대리점이나 서비스센터와 같은 서비스망을 전국적으로 갖춘데 비해 알뜰폰 업체들은 점포가 일부지역에 한정돼 있고 그나마 서비스가 빠르지 않아 소비자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다. 또 요금을 낮추기 위해 일반적으로 제공되던 서비스를 축소한 만큼 멤버십이나 할인혜택 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대부분 중견 중소기업들로 부채비율이 높고 적자가 나는 등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는 점도 단점이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서비스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싼 요금제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길 우려도 있다. 공짜 이용이 가능한 만큼 번호 하나를 더 받아 번호매매 등의 불법적인 거래에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폰이 저렴한 통신요금을 바탕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기존에 쓰던 통신사 서비스와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자신의 전화사용 패턴을 잘 파악한 뒤 알뜰폰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알뜰폰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알뜰폰의 인기가 치솟으며 알뜰폰의 연내 휴대전화 가입자 점유율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석구 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최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올해를 알뜰폰이 질적으로 한단계 성장하는 원년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며 "연내에 알뜰폰 점유율을 15%까지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는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중 1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알뜰폰과 경쟁을 하고 있는 기간통신사들도 알뜰폰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광석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알뜰폰은 정부의 정책 강화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중장기적으로 15%까지 시장 점유율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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