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3조5000억원…전년비 반토막 나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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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작년 은행의 순이익이 카드사태가 터졌던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은행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58% 수준의 순이자마진(NIM)으로는 은행의 생존이 어렵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STX조선해양 등 부실로 충당금 부담마저 커졌다. 수익성은 나빠졌지만 인건비와 대손비용은 되레 늘어나 은행의 비효율성이 숫자로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 됐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이 2014년(6조원) 대비 2조5000억원 줄어든 3조5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국내 보험회사가 남긴 순이익(6조3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수익성 지표도 나빠졌다. 순이자마진(NIM)은 2014년 대비 0.21%포인트 하락한 1.58%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NIM(Net Interest Margin)이란 은행의 자산 운용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값을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은행의 핵심수익지표다. 이 비율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면 예금을 받아 대출을 많이 할수록 은행이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과거 은행들의 당기순이익 실적과 비교해 봐도 '카드 사태'로 은행들이 대거 적자를 냈던 2003년(1조7000억원)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은행 유형별로 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SCㆍ씨티 등 시중은행 6곳의 작년 순이익이 4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00억원 줄었다. 농협ㆍ수협ㆍ기업ㆍ산업 등 특수은행 4곳은 2014년 1조1000억원의 순이익에서 지난해 9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은행권 수익 악화를 주도했다. 경남ㆍ광주ㆍ대구ㆍ부산ㆍ전북ㆍ제주 등 지방은행 6곳의 순이익은 7000억원으로 2014년과 같았다. 이자이익은 저금리 여파로 2014년(34조9000억원) 대비 1조4000억원 감소한 3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비이자이익은 각종 수수료 수입 증가로 2014년보다 2조4000억원 늘어난 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익성 악화됐지만 인건비는 늘어나 은행의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이 숫자로 증명됐다. 2015년중 판매비와 관리비는 22조5000억원으로 전년(21조원)보다 7%(1조5000억원) 증가했다. SC은행이 작년말에만 963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등 명예퇴직 급여가 1조5000억원 증가한 영향이다. 급여와 복리후생비, 명예퇴직금을 다 포함한 전체 인건비도 14조4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이 늘었다. 대손비용은 11조7000억원으로 전년(9조2000억원)보다 26.8%(2조5000억원)나 늘었다. 경남기업의 회생절차 개시와 포스코플랜텍, 동아원 등의 워크아웃 개시와 함께 STX조선 등 조선관련 대손비용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대손비용도 늘어난 영향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그동안 지속됐던 NIM하락이나 다른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비이자이익 비중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 작년 실적을 통해 극명히 나타났다"면서 "올해부터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앞으로 이로인해 생길 대손비용 부담이 커져 은행들의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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