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복권판매 3조5551억원..12년 만에 최고
(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국내 복권 판매량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이후 이를 보는 시각이 다양하다. 정부가 복권의 긍정적 측면을 띄우며 판매 증가를 더욱 부채질하자 일각에선 "복권은 엄연한 도박" "복권 판매량 증가는 경기 불황의 증거" 등 볼멘소리가 나온다. 9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3조5551억원으로 전년보다 8.3%(2724억원) 증가했다. 이 판매액은 2003년(4조2342억원)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복권 판매액은 2002년 로또복권 출시 이후 2003년 급증했다가 이듬해부터 하락세를 이어가며 2007년 2조3809억원까지 떨어졌다. 2008년(2조3940억원) 반등한 뒤엔 7년 연속 증가했다.전체 복권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로또복권의 지난해 판매액은 3조2571억원이었다. 이는 2004년(3조2984억원)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정부는 복권 판매량 증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복권위는 자료에서 지난해 복권 판매액 가운데 40.5%인 1조4399억원을 기금으로 조성했다고 전했다. 이 기금은 전액 저소득·소외계층 지원 등 공익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덧붙였다.앞서도 복권위는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복권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응답자가 68.1%로, 전년 조사 때(62.9%)보다 5.2%포인트 상승했다고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복권위는 또 조사 결과 복권 구입자의 93.6%는 한 번 복권을 살 때 1만원 이하를 썼고, 로또복권 구입자의 평균 구입 횟수는 4주에 1번꼴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를 통해 복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건전한 구매 문화가 확산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복권위가 긍정적인 조사 내용을 부각하며 "국민들이 복권을 주식보다 사행성이 낮은 것으로 인식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너무 나간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복권위는 복권의 사행성이 높다고 보는 응답자가 13.3%로 카지노(88.9%), 경마(83.5%), 주식(23.6%)보다 크게 낮았다고 밝혔다. 사행산업들을 비교하는 선택지에 투자 대상인 주식을 포함시키면서까지 복권의 건전성을 홍보한 것은 과욕이었다는 지적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전국의 문제성 도박자 약 200만명 중 2~3%(4만~6만명)가량이 로또복권에 빠져 매주 수십만~수백만원어치를 산다고 추정하고 있다. 전영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본부상담센터장은 "로또도 구매자를 패가망신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도박"이라며 "정부가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할 텐데,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복권은 술·담배와 함께 대표적 불황 상품으로 꼽히는 만큼 판매가 늘었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경기가 불안하면 필연적으로 큰 노력 없이 한 번에 거금을 손에 쥘 수 있는 복권을 찾는 사람이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지난해 복권 판매액 증가에 대해 신언주 복권위 발행관리과장은 "판매점이 부족해 복권 구입이 불편한 점을 해소하고, 장애인·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로또 판매인 512명을 추가로 모집한 것이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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