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 우주로켓 회수한 두 남자
▲베저스 vs 머스크(오른쪽).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Elon Musk) CEO와 블루오리진의 제프 베저스(Jeff Bezos ) CEO의 '우주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은 최근 한 달 간격을 두고 발사로켓 회수를 순차적으로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발사체인 로켓 재활용시대가 열리면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발사체는 그동안 한 번 사용하면 폐기되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로켓이 비행기 개념으로 바뀌면서 한 번 타고 버리는 게 아니라 재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 혁명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축하해!" 덕담 속에 숨겨진 자존심=머스크와 베저스의 '우주전쟁'의 시작은 자존심 싸움부터 서막이 올랐습니다. 블루오리진(Blue Origin)은 지난 11월23일 텍사스 주 밴 혼 인근 우주선 발사 시설에서 '뉴세퍼드' 발사 실험을 했습니다. 뉴세퍼드는 당시 지상에서 약 100㎞ 높이까지 올라갔습니다. 이후 발사 지점에서 약 2m 떨어진 지점에 안전하게 다시 착륙했습니다. 제프 베저스의 블루오리진이 로켓 재착륙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끌자 일론 머스크는 11월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소감을 피력했습니다. 머스크는 "제프 베조스와 블루오리진 팀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고 운을 뗀 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우주'와 '궤도'는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블루오리진의 '뉴세퍼드'가 안전하게 재착륙 했는데 그 고도가 100㎞인 '우주'에 불과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는 "아직 스페이스X를 따라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기술"이라는 뉘앙스가 숨겨져 있습니다. 12월 21일 스페이스X의 팔콘9 로켓이 미국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서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11개의 인공위성을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팔콘9 로켓은 이들 위성을 800㎞ 상공에 정확히 안착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발사지점에서 약 10㎞ 떨어진 지점에 다시 내려앉았습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엄청난 속도로 비상했다가 다시 지상에 내려앉는 로켓을 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팔콘9 로켓은 뉴세퍼드보다 훨씬 높은 200㎞ 고도까지 올라간 뒤 성공적으로 회수됐습니다. 스페이스X의 팔콘9 로켓 회수 성공에 대해 이번엔 제프 베저스가 한마디하고 나섰습니다. 제프 베조스는 12월22일 트위터를 통해 "스페이스X의 로켓 재회수를 축하한다"며 "클럽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고 썼습니다. 자신들이 먼저 로켓 회수에 성공했고 이제 그 클럽에 스페이스X가 뒤늦게 합류해도 된다는 뉘앙스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자존심을 넌지시 건드리고 있는 모습이죠.
▲팔콘9 로켓이 안전하게 재착륙하고 있다.[사진제공=스페이스X]
◆닮은 듯 서로 다른 DNA=일론 머스크(44세)와 제프 베저스(51세)는 모두 온라인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1999년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의 전신인 엑스닷컴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페이팔 CEO를 거쳐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했습니다. 머스크는 이외에도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와 태양광업체인 솔라시티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우주, 전기자동차, 태양광 모두 현재의 사업이라기보다는 미래에 각광받을 아이템들이죠. 제프 베저스는 1994년 아마존을 설립한 뒤 2000년 블루오리진을 만들었습니다. 아마존을 만들기 전까지 베저스는 미국 금융가에서 꽤 유명한 펀드매니저로 근무했습니다. 1994년 '인터넷 이용자가 매년 급증한다'는 짧은 기사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급성장하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할 것인지를 분석했고 인터넷에서 책을 팔자는 아이템을 발굴했죠.
▲제프 베저스.[사진제공 =아마존닷컴]
두 사람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프 베저스에 위기는 2000년 찾아왔습니다.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되면서 아마존닷컴 주가는 2000년 당시 100달러에서 6달러로 추락했습니다. 추락하는 걸은 날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말이죠. 책만으로 되지 않자 당시 아마존닷컴은 DVD, CD 등도 팔기 시작했습니다. 한 가지 사업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다행히 2001년 흑자를 기록하면서 아마존닷컴은 살아났고 2007년 11월 전자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휴대용 기기인 킨들(Kindle)을 출시하면서 IT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비교되는 기사가 수없이 쏟아졌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시련은 2015년 올해였습니다. 지난 1월부터 일론 머스크는 팔콘9 로켓의 회수 실험을 계속해 왔습니다. 지난 6월까지 세 번째 실험을 했는데 번번이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1월의 첫 번째 도전 실패 뒤 "팔콘9 로켓은 폭발했는데 정확한 지점에는 내려앉았다"며 자기 자신을 스스로 다독였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6월 달에는 아예 로켓이 공중에서 폭발하는 대형사고(?)까지 쳤습니다.이후 실패할 때마다 그는 '될 때까지 한다'는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정신이 이번 네 번째 도전에서 성공으로 이어진 비결 중 하나입니다.
▲블루오리진의 로켓 '뉴세퍼드'[사진제공=블루오리진]
◆온라인에서 시작한 그들…우주에서 끝장 본다=이제 두 사람의 경쟁은 본격화됐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시작했는데 한 정점에서 만나게 된 셈이죠. 우주(Space)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도 해 보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위험부담도 큽니다. 머스크와 베저스 모두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환경에서 분석해 본다면 일론 머스크가 '우주 전쟁'에서 제프 베저스에 많이 앞서 있습니다. 스페이스X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 좋습니다. 스페이스X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계약을 맺고 있죠. 미국은 그동안의 국가중심 우주개발에서 민간중심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스페이스X가 포진하고 있습니다. 나사와 기술적 협력도 가능합니다. 든든한 후원자가 있는 셈이죠. 여기에 스페이스X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우주화물선 '드래건(Dragon)'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상 약 350㎞까지 우주선을 보낼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일론 머스크.[사진=아시아경제DB]
반면 제프 베저스의 블루오리진은 아직 가야할 길이 무척 깁니다. 이는 그만큼 들어가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번 로켓 회수 성공도 지상 100㎞ 고도에 올라간 것에 불과합니다. 스페이스X와 비교해 본다면 기술적 측면에서 뒤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블루오리진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우주관광상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안전성에 대한 검증작업도 남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실험과 기술개발이 요구됩니다. 아마존닷컴에서 '우주개발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험로인 셈입니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의 로켓 회수 성공은 앞으로 우주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대사건 중 하나입니다. 우주산업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이 발사체인 로켓 개발입니다. 강력한 파워와 안정성 등 종합적이고 최첨단 기술의 총체입니다. 이 때문에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의 개발비용이 들어갑니다. 로켓을 회수해 재활용이 가능하면 비용은 10분의1 정도 떨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저스의 '선의의 경쟁'이 우주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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