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div class="break_mod">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25개월이었던 A양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친부모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그는 2013년 12월 두 자녀를 낳아 기르던 여성 B씨에게 위탁됐다. B씨는 가정법원에 입양을 신청했다. 가정법원은 B씨의 재산과 신분 관련 각종 서류를 검토한 끝에 입양을 최종 허가했다. 가정법원 입양 허가 후 4개월, A양은 세상을 떠났다. 생후 25개월의 어린나이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한참 어리광을 부리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그 어린 아이는 이제 세상에 없다. A양은 끔찍한 사건을 경험한 뒤 세상을 떠났다. 무릎을 꿇고 양손을 비비며 “잘못했어요”라고 수차례 용서를 빌었지만, A양을 향한 구타는 멈추지 않았다. A양은 구타를 견뎌낼 몸 상태가 아니다. 그 어린 아이에게 어디 때릴 곳이 있겠는가. A양이 비극적인 사연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B씨는 이번 사건에서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그의 의문스러운 행동을 되짚을 필요가 있다. 입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입양이 가능한 상태인지 재산과 직업 등을 검증받는 절차다. B씨는 자신의 주거지와 남편 사무실의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했다. 자신의 재직증명서를 변조했다.
대법원
이렇게 꾸민 서류를 아동상담소를 통해 법원에 제출했다. 아동상담소는 B씨가 ‘양자를 부양하기에 충분한 재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법원에 입양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2014년 6월 입양을 최종 확정했지만, B씨는 그전부터 A양에 대한 가혹행위를 이어온 상태였다. 체벌의 수단은 행거용 지지대(쇠파이프, 길이 75㎝ 두께 2.7㎝)였다. A양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은 지난해 10월 벌어졌다. B씨는 남편으로부터 “앞으로 연락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채권자로부터 채무 독촉 문자메시지도 받았다. B씨는 기분이 나쁜 상태였다. A양은 그날 밤 집에서 젓가락을 전기콘센트 구멍에 집어넣는 장난을 치다 B씨로부터 크게 혼이 났다. B씨는 체벌용 쇠파이프로 A양의 머리 허벅지 종아리 등을 수십회 때렸다. A양은 잘못했다고 수차례 용서를 빌었지만 체벌은 이어졌다. B씨는 A양을 데리고 부엌으로 들어가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밥그릇에 담은 뒤 A양에게 강제로 먹였다. 또 B씨는 A양 옷을 모두 벗긴 뒤 얼굴과 머리 등을 향해 찬물을 뿌렸다. A양은 그 폭력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B씨의 폭력은 결국 A양을 죽음의 길목으로 인도했다. B씨는 A양을 병원으로 옮기기 전까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법을 찾았다. 폭력행위 이후 신속하게 치료를 받게 했다면 A양은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B씨는 병원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해법을 구했다. 검색한 내용 중 하나는 “곤장 맞고 어혈 풀어주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A양이 당한 게 곤장과 비슷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렇게 어혈을 풀어주면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A양은 뒤늦게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당시 A양 상태는 심각했다. 너무 심한 충격으로 피하출혈, 근육간 출혈이 있었다. 심장 혈액은 거의 비어 있었다. 내부출혈만으로 전체 혈액량의 20~25% 가량이 소실됐다. B씨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왜 A양을 입양한 것일까. B씨는 어린 아이를 좋아해서 그랬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1심 법원은 “소비 수준이 경제력에 비해 과다한 편이었는데 월세도 거의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점에 비춰 보면 금전적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판시했다. 현행 입양특례법 제35조(양육보조금 등의 지급)는 입양기관 알선을 받은 입양아동이 건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양육수당, 의료비, 아동교육지원비, 그밖의 양육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부로부터 일정 금액의 금전적 지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물론 B씨가 금전적 동기로 입양을 선택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B씨는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B씨는 이번 사건으로 법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다. B씨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지만 배심원들 다수도 징역 20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제1심에서 선고한 형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그렇게 B씨는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B씨는 두 아이를 키워본 인물이다. 그는 세 번째 아이인 A양(당시 14개월)을 입양했다. 그는 왜 그 아이를 죽음으로 이끌었을까. 순간의 분노를 이겨내지 못한 채 끔찍한 행위를 저지른 것일까, 아니면 법원이 의심한 것처럼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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