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래기자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몸이 열개라도 모자를 판이다.
'플라잉덤보'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의 근황이다. 최근 일본 나고야와 중국 하이난섬을 찍고 국내로 돌아와 여전히 강행군이다. 학교에 출석해 기말시험을 봤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을 앞두고 후원사를 찾아다니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난 주말에는 수원에서 팬클럽 회원 150명과 송년회를 가졌다. 21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대회 때 안 나던 코피까지 흘렸다"며 "바쁘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 "인지 천하"=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 2승을 포함해 5승을 쓸어 담아 상금퀸은 물론 다승과 평균타수, 대상까지 휩쓸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US오픈 우승이 백미다. 여기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역시 살롱파스컵과 일본여자골프선수권 등 메이저만 2승을 보탰다.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총 8승, 상금만 24억원이다.
그야말로 "이룰 것은 다 이룬"해다. 전인지는 그러나 "매년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어제보다는 오늘, 또 내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는 스타일이다. "제가 봐도 올해는 너무 잘했다"는 전인지는 "앞으로 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면서 "그래도 내년에는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포부를 곁들였다.
▲ "즐겁고 신나게"= 야디지북에 써놓은 '주문'이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골프를 즐기자는 말이다. "LPGA투어에 가서도 이 슬로건을 갖고 힘차게 전진하겠다"고 했다. 모리야, 아리아 주타누가른(태국) 자매, 아사하라 무뇨스(스페인) 등 올해 LPGA투어 무대에서 이미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새 무대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며 "다만 가족과 친구들을 자주 볼 수 없다는 게 유일한 걱정"이라고 자신했다.
미국 잔디에 대한 적응을 마쳤다는 게 고무적이다. 2013년 1승, 2014년 3승을 올렸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잔디보다 오히려 손맛이 더 좋았다"며 "새로운 코스나 잔디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고 했다.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로 출국해 2주가량 체력훈련을 소화한 뒤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넘어가 실전 샷 감각을 다듬는다. 내년 2월5일 LPGA투어 두번째 무대 코츠챔피언십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 "세마리 토끼 사냥"= 목표가 확실하다. 2016년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브리티시여자오픈을 꼽았다. 바로 올해 한국과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까지 한 시즌에 4개 투어 메이저를 석권하는 이른바 '인지슬램'에 도전했지만 무산됐던 무대다. "당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며 "이 대회에서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고 소개했다.
올해의 신인왕과 올림픽 출전 등도 탐이 난다. KLPGA투어에 합류한 2013년 김효주(20)와 치열한 신인상 경쟁을 벌이다가 어깨 부상으로 수상하지 못했던 아픔이 있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LPGA투어에서 다시 도전하는 셈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브라질 리우올림픽에 가는 게 '위시 리스트'에 있다. "상반기에 LPGA투어에 잘 적응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치를 부풀렸다.
▲ "전설을 꿈꾼다"= "꿈은 클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는 없다"는 설명이다. 전인지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살아있는 전설' 아놀드 파머(미국)가 롤 모델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메이저 7승을 포함해 62승을 기록한 대스타다. 은퇴 후에도 골프대회 창설과 코스설계, 의류사업 등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남다른 인연이 있다. 올해 US여자오픈 우승 직후 파머의 축하 편지를 받았다. "불과 21세의 나이에 만든 US여자오픈의 마무리는 멋졌다"며 "남은 시즌에도 행운이 따르길 빈다"는 축전이다. 올해 국내 그린을 접수한 전인지는 내년 LPGA투어를 정복한 뒤 '전설'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LPGA투어 우승만을 위해 뛰지는 않겠다"며 "차원이 다른 파머를 닮고 싶다"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