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비스마야 신도시는 1830㏊(550만평) 규모로 분당과 비슷하다. 공사금액은 무려 11조4000억원으로 한국 건설사가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다. 세계 최고층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를 6개 이상 지을 수 있는 규모다. 한화건설은 이 공사를 기획부터 설계, 조달, 시공까지 도맡아 수행하고 있다. 2012년 5월 공사에 착수해 이미 아파트 단지들을 잇따라 짓고 있다. 신도시가 완성되면 10만가구에 60만명가량을 수용케 된다. 이는 제주도 인구와 맞먹는 것이다. 주택 뿐 아니라 도로와 상·하수도, 정수 및 하수처리장, 학교, 공공기관 등 사회기반시설까지 한화건설이 도맡아 짓는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 모습. 이미 타운A의 A-1블록(1440가구)과 A-2블록(1680가구)이 완공됐으며 다른 블록에서도 각각 부지 조성과 기초공사, 아파트 골조 공사, 마감 공사, 각종 사회기반시설 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화건설 제공)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 모습. 이미 타운A의 A-1블록(1440가구)과 A-2블록(1680가구)이 완공됐으며 다른 블록에서도 각각 부지 조성과 기초공사, 아파트 골조 공사, 마감 공사, 각종 사회기반시설 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화건설 제공)
완공된 비스마야 신도시 A-1블록 야간 현장 모습(사진=한화건설 제공)
워낙 규모가 크다보니 아예 현지에 공장을 지어 건설 자재를 생산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한화건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생산 플랜트를 비롯해 17개의 자재 생산 공장 건설을 이미 완료했다. 벽체와 바닥, 말뚝과 벽돌 등 각종 자재를 쉼없이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고 있다. 규격화된 고품질의 건축자재를 단기간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대규모 주택공사에 적합한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치안이 불안한 이라크에서 자재 수급의 불안 없이 공사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파괴된 주택들의 재건이 시급한 이라크에서는 공사기간 단축은 물론 경제성과 품질 관리도 우수한 이 공법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한다. 이미 타운A의 A-1블록(1440가구)과 A-2블록(1680가구)은 완공됐으며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가 입주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다른 블록에서도 각각 부지 조성과 기초공사, 아파트 골조 공사, 마감 공사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수장과 하수장을 비롯해 상·하수도, 도로, 지하공동구 및 전기시설, 조경, 학교, 유치원 등의 사회기반시설도 주택 공사 진행에 맞춰 갖춰지고 있다.하지만 공사 초기에는 IS 때문에 북쪽 육로를 통한 조달선이 모두 막히는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다. 한화건설은 이란을 통한 우회로를 이용하거나 이라크 내 대체 자재를 신속히 발굴해 위기를 넘겼다. 중동 특유의 문화로 인한 어려움도 겪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중동 사람들은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라크 정부 부처나 감리회사 역시 공문을 처리하는 속도가 매우 느렸다"면서 "전산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아 세관에 공사 자재가 묶여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이라크 직원들조차 제 시간에 공사를 마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며 한화건설은 지금껏 공사 스케줄을 정확하게 지켜왔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한국처럼 일반적인 나라에서 공사기간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라크라면 의미가 달라진다"면서 "전쟁과 치안의 불안을 겪으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개발계획을 취소했고 지금도 바그다드 곳곳에 공사 펜스만 있거나 뼈대가 앙상하게 남은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라크 사람들은 제대로 진행되는 주택 사업은 비스마야 밖에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라크인들은 비스마야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으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공사 진행 상황이 계속 퍼지면서 한화건설에 대한 신뢰도 쌓여갔다고 한다. 현재 비스마야 현장에는 한화건설 300여명, 협력사 40여개사 300여명, 외국인 7000여명 등 7500명 이상의 인력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공사 성수기에는 100여개 한국 협력사가 동반 진출해 1500여명의 한국인 인력이 참여하기도 했다. 또 중장비 800여대를 비롯해 1600여대의 한국산 건설장비가 투입되는 등 건설장비, IT·통신, 항만, 물류 부대사업 및 연관산업의 동반 진출로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비스마야 신도시는 2013년 해외건설협회 주관 창조경제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감도
이라크는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기도 하다. 지금은 IS 사태와 저유가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석유매장량이 세계 3위인 산유국이다. 코트라는 이라크가 재건 사업에 275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비스마야 신도시를 27개나 지을 수 있는 규모다. 한화건설이 보여준 신뢰는 향후 현지 경쟁력을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현지 공사 인력들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테러 위험 때문에 캠프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으며 꼭 나가야 할 때는 방탄 조끼를 입고 특수 경호원들이 무장한 채 운전하는 방탄 차량을 타야 한다. 여름에는 50도까지 넘나드는 열기를 견뎌야 하고 갑자기 불어닥치는 모래바람도 곤혹스럽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그래도 생활의 어려움이 없도록 최고의 지원을 하려 한다"면서 "매일 세끼 모두 한국음식을 제공하며 재료 수급부터 메뉴 선정, 조리까지 한국인 주방장, 영양사, 스태프가 항상 고민하고 있다. 러닝머신과 각종 운동기구가 완비된 피트니스 센터와 탁구장, 당구장, 골프연습장 등을 마련해 직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동호회는 매주 시합을 하고 최근 생긴 축구장과 테니스장도 인기라고 한다. 외국 협력사 직원이나 현지인들과 친해져 같이 취미활동을 하며 영어실력을 늘리는 직원들도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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