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필수 증권부장
"A종목이 유력 대선 후보인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테마주라고 오르고 있는데 사도 될까요.""대선 테마란 게 실체가 없으니 그것만 믿고 사는 건 위험하죠. 기대감에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으니 세력이 빠져나가는 순간,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주식과 재테크 책을 몇 권 썼다고 모임에서 만나는 이들 중에 투자 상담을 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그때마다 원론적인 답변밖에 해줄 수밖에 없지만 A종목은 알고 있는 종목이라 "왜 그 종목이 반기문 테마주인가요"라고 되물었다."인터넷 안 보셨어요. 반 총장이 임명한 유엔 무슨 국장이 있는데 이 사람을 추천한 인물이 현 정부의 전직 장관이고, A종목의 최대주주와 이 장관이 인척 관계잖아요."복잡한 설명을 하면서 자신도 머쓱했는지 B씨는 "사실 '사돈의 팔촌'식의 연결이기는 하지만 대선 테마주란 게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 때 인기를 끌었던 박근혜 대통령 동생이 최대주주인 회사와 안철수 의원이 최대주주인 회사를 제외하곤 '오십보백보'라는 게 B의 주장이었다. '아전인수'식 해석이지만 주가도 몇 배에서 10배 이상씩 오르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딱히 할 말이 없어 쓴 입맛을 다시는데 잡학박사인 친구 C가 "그렇게 따지면 연결 안 되는 게 어디 있느냐"고 끼어들며 몇 해 전 미국에서 유행했다는 '케빈 베이컨 게임(Six degree of Kevin Bacon)'을 얘기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인 케빈 베이컨은 '일급살인' 'JFK' '아폴로13' '할로우맨' 등 수십 편의 TV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는데 이 게임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어떻게 케빈 베이컨과 연결되는지 추적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할리우드의 주력 배우나 감독 16만5681명 중에 단 7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여섯 단계 만에 케빈 베이컨과 연결됐다. C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데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D씨가 반론을 제기했다. "여섯 단계까지 가면 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서너 단계를 거쳐서라도 대통령과 연결될 수만 있다면 대단한 것 아닌가요." D씨의 얘기를 들으니 엉터리 대선 테마주들이 정부의 단속에도 사라지기는커녕 사돈의 팔촌까지 진화를 하는 이유가 보이는 듯했다.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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