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재활의료의 사회적 가치

김영범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재활전문센터장

얼마 전 쓰레기 청소차의 회전판에 수상(受傷)해 두 다리가 거의 절단될 뻔했던 환자분이 양 대퇴골에 큰 수술을 받고 수개월이 지나서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후유증으로 무릎관절과 엉덩관절이 경직되고 근력이 매우 저하돼 걷는 것을 거의 포기한 상태로 입원했고, 열심히 재활치료를 시행해 이제는 다소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두 발로 걷는 단계까지 오게 됐다. 물론 이전처럼 활동적인 일을 하기는 어렵지만 직무 전환을 통해 다시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걸을 수 없는 사람이 걷게 되고, 혼자 식사를 할 수 없었던 분이 혼자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근로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재활의료이다.먼저 개인적 측면에서 재활의료는 환자에게 최대의 신체적 기능 회복이 가능하도록 해 남은 인생의 삶의 질을 최대한 높여 준다. 단적으로 뇌경색으로 인한 편부전마비로 의식주를 위한 일상생활 동작과 보행이 독립적으로 불가능할 경우 남은 인생의 삶의 질은 매우 낮을 것이다. 그러나 재활의학적 치료를 통해 혼자서 가벼운 산책도 하고 식사도 할 수 있게 된다면 남은 삶의 질은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들의 삶의 질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재활의료는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실제로 뇌경색이나 척수 손상 등으로 인해 신체의 마비나 장애가 발생한 경우, 환자의 가족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부담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 간병비이다. 의료비의 경우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간병비의 경우 아직 건강보험제도에서 지원이 안 되다 보니 환자 가족들에게 그 부담이 고스란히 돌아온다. 단적인 예로, 마비나 의식 장애가 심해 24시간 간병 도움이 필요한 경우 간병비 지출만 한 달에 300만원이 넘는다. 적절한 재활의료를 통해 신체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림으로써 이 간병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치료를 통해 신체기능이 좋아질수록 간병비용은 줄어들거나 간병이 필요 없어질 수 있다. 또한 재활의료가 잘 이뤄질 경우 환자는 원래의 직장으로 돌아가거나 혹은 직무를 변경해 다시 근로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직영병원들에서는 산업재해 환자들을 위한 직업재활 시스템이 재활의료의 한 분야로 잘 만들어져 있다. 이것은 재활의료의 또 하나의 큰 사회적 가치로서 국가의 전반적인 노동근로능력 상실률을 줄여 국가 재정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빠른 속도로 진입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뇌졸중, 파킨슨병, 관절염, 퇴행성 척추병증 등 퇴행성 질환이 빠르게 늘고 있고 병원을 찾는 빈도와 치료 기간도 모두 증가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국가적으로도 의료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절대적으로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의료비는 총 20조원에 육박하며 1인당 국민평균 진료비가 109만원인 데 비해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339만원으로 국민평균 진료비보다 3배 정도 많았다. 이와 같이 앞으로 고령 사회에서 국가적인 의료비 지출이 매우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의 경감에 있어서 재활의료는 그 가치가 매우 크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질병 및 사고로 인한 장애를 최소화하고 신체 기능을 높임으로써 의료비 및 간병비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직장 복귀율의 증가로 근로능력상실을 줄일 수 있다. 또 관절이나 디스크 등의 퇴행성 질환에 대해서 적절한 재활의료가 이뤄지면 '성공적인 노화'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재활의료는 개인에게는 독립적인 일상생활과 더 나은 삶을 영유할 수 있게 만들며 사회적으로는 의료비 지출 감소와 국가적 근로능력 손실 감소라는 큰 이점을 줄 수 있다. 김영범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재활전문센터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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