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로 ‘복고’ 키워드가 다시 뜨겁다. 헐렁한 청 재킷에 배까지 올려 입은 바지, 무스를 발라 세운 빳빳한 앞머리, 얼굴을 덮는 커다란 안경. 김완선, 나미, 소방차 노래도 이어지는 댄스곡에 열광하고 윗집 아랫집으로 한 지붕 아래에 살며 식사 때가 되면 반찬을 들고 심부름을 가면 채워지는 다른 반찬으로 심부름은 네버엔딩으로 이어진다.
드라마를 보면서 여기저기서 웃음을 만들어 내는 건 격하게 그 시대를 공감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밥은 적게, 반찬은 많이 먹어야 건강하다고 해서 밥그릇이 점점 작아지고 있으나 그 시절 아빠 밥그릇은 지금의 국그릇 크기와 비슷했고 밥도 꾹꾹 눌러 한 그릇씩 펐다.
겨울철이면 가장 따뜻한 아랫목을 차지하고도 부족해 담요를 덮고 또 덮어 놓은 정체 모를 물건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야릇한 냄새가 나지만 그대로 아랫목을 내어주어야 한다. 그럼 어느 날 보글보글 청국장이 끓여져 밥상에 오른다. 된장은 메주를 만들어 띄워서 소금물에 담가 기다렸다 간장과 된장으로 나누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양념이지만 청국장은 된장을 대신하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만들어낸 우리나라 원조 인스턴트 식품이라 할 수 있다. 그 시절 아랫목을 차지했던 청국장에는 납두균이 번식하여 끈적끈적한 실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아랫목 대신 청국장 제조기를 활용해서 만들어내니 냄새도 줄어들고 시간도 줄어들었다. 복고 드라마 보면서 밥공기에 꼭꼭 밥을 눌러 담고 냄새 풍기는 재래식 청국장으로 청국장찌개 걸쭉하게 끓여서 밥상도 복고풍으로 차려보자.
재료(2인분)
두부 1/4모, 무(2cm 길이) 1/2토막, 양파 1/4개, 배추김치 50g, 풋고추·홍고추 1/2개씩, 실파 1뿌리, 청국장 3, 물 1컵+1/2컵, 다진 마늘 0.3, 멸치가루 0.5, 소금 약간
만들기
1. 두부는 사방 1.5cm 크기로 깍둑썰기하고, 무는 납작하게 썰고, 배추김치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양파는 두부 크기로 썰고, 풋고추와 홍고추는 송송 썰고, 실파는 짧게 자른다.
3. 뚝배기에 물을 붓고 청국장을 풀어 끓이다가 무와 김치를 넣어 끓인다.
4. 청국장 국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양파를 넣어 끓인다.
5. 두부와 고추, 실파, 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인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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