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도너츠, KFC, 피자헛, 맥도널드 등 글로벌기업들 약속 지키지 않아
▲허허벌판에 홀로 한 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사진제공=뉴사이언티스트]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최근 한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이라는 책입니다. 필리프 스콰르조니 프랑스 작가가 쓴 만화책입니다. 무겁고 학술적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썼습니다. 내용 중 한 장면이 뇌리에 강하게 꽂혔습니다. "1980년대 신문에서 읽은 내용이다. 그때는 스카이다이빙이 유행이었다. 추락하며 자유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다. 노련한 스카이다이버가 있었다. 그는 수 백 번을 뛰어내렸다. 그날은 교관이랑 교습생이랑 함께 뛰어내리기로 했다. 스카이다이빙 수업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다. 모두 비행기에 올라탔다. 뛰어내렸다. 그는 그들을 찍었고 그들은 낙하산을 폈다. 그때서야 그는 알아차렸다. 낙하산을 비행기에 두고 뛰어내린 것을. 촬영에 너무 몰두했던 것일까. 스카이다이빙에 너무 익숙해 방심했던 것일까. 등에 멘 촬영 장비를 낙하산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상상이 되는지요? 낙하산을 펴려고 손을 뻗었는데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현실. 필리프 스콰르조니는 다시 이렇게 이어갑니다. "잘못된 것을 안 순간 그땐 이미 늦었다. 아래를 보면 시속 200㎞ 속도로 땅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추락하는 동안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할 수만 있다면' '조금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란 생각을 수없이 하지 않았을까."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곧 닥쳐올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에 인류는 너무나 무덤덤합니다. 기후변화가 시작되고 나서야 해결책을 느끼기에는 이미 늦다는 겁니다. '조금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라고 생각할 때는 '시속 200㎞ 속도'로 재앙이 닥쳐오는 비극만 느낄 뿐이라는 것이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 4차 평가보고서에 참여했던 스테판 알르가트 기후경제학자는 "몇몇 연구에서 해수면이 50㎝ 상승하면 1억 명 이상의 인구이동이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낮은 지역이 바다에 잠깁니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 난민'이 생깁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자본주의의 거대기업들은 산림훼손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대량 생산을 통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길 뿐 지구 온난화 해결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해외과학매체인 뉴사이언티스트는 최근 '거대기업들이 산림파괴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거대기업들의 이 같은 행태는 '지구 온난화 2℃'를 유지하겠다는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비난했습니다. 앞서 기후경제학자의 진단처럼 지구 평균 기온이 2℃ 이상 상승하면 해수면이 높아져 많은 기후변화 난민이 생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른바 '재앙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죠. 오는 12월에 파리에서 열리는 UN 기후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위기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까요? 문제는 '회의'가 아니라 '행동'에 있습니다. 2014년 9월 '뉴욕선언(New York Declaration on Forests)'에서 글로벌 거대기업들은 산림훼손 비율을 낮추자는 데 합의를 했습니다. 당시 던킨도너츠, KFC, 피자헛, 맥도널드 등을 포함한 300개 거대기업들이 그들의 상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산림훼손을 2030년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같은 '회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진전된 '행동'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 같은 청원에 사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연간 숲의 훼손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며 대기업들이 14개월 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산림훼손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산림훼손이 중단되면 매년 50억~80억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는 전체 온실가스배출량의 5분의1에 해당되는 규모입니다. 스티브 스와츠만 워싱턴 환경방어펀드 관계자는 "삼림훼손을 중단하는 것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기후변화라는 재앙이 닥치기 전에 기업은 물론 전지구촌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하나된 목소리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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