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
일본 츠타야 서점 대표 마스다 무네아키
[아시아경제 조영철 기자 ] Q: 구글ㆍ아마존 시대에 서점과 도서관은 필요한가?. A: 사양산업은 없다. 온라인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체험하게 하라. 온라인 태풍의 길목에서 나 홀로 성장을 하는 오프라인 서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일본 츠타야(TSUTAYA) 서점 얘기다. 동네 서점에 불과했던 츠타야는 현재 회원 4900여만명, 매장 1400개를 운영하며 연 매출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자책 공세, 활자 이탈, 서적 유통산업의 사양화 속에서 전통 서점이 나 홀로 성장을 이뤄낸 비결은 뭘까?. 츠타야의 모기업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의 최고경영자(CEO) 마스다 무네아키(64ㆍ增田宗昭)가 자신의 독특한 경영철학을 담은 '지적자본론'을 최근 출간했다. 마스다는 이 책에서 츠타야 서점이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그는 "현재의 자본주의가 물건과 서비스의 과잉 속에서 소비자 개인의 고유한 취향을 제안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고객에게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스타일, 의미, 감성을 내놓고 기획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1983년 서점 사업에 뛰어든 마스다는 20년이 지나서야 터닝포인트를 맞는다. 2003년 카페와 서점을 결합한 공간으로 도쿄의 도심 주상복합단지 롯폰기힐스에 문을 연 츠타야 롯본기점이 젊은이들을 끌어모으며 성장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마스다는 2011년 4000평 부지에 도쿄 다이칸야마점을 열고 책과 차(茶)ㆍ음식ㆍ여행ㆍ쇼핑 등을 테마로 한 고급 복합공간을 설계했다. 공짜손님만 끌어모은다며 줄이던 잡지코너는 오히려 넓혔다. 번화가도 아닌데 하루 방문객 3만명을 넘으며 책ㆍ잡지 판매 월 1억엔의 대박을 터트렸다. 올해 문을 연 도쿄 서부의 후타고타마가와역 앞 라이스몰점은 상점이라기보다 사실상 문화공간에 가깝다. 1층에 들어서면 스타벅스가 맞이한다. 1~2층의 넉넉한 공간에 고급스러운 가구와 인테리어로 장식한 라이스몰점은 가전양판점, 도서관, 카페를 결합한 퓨전공간이다. 음반, 소프트웨어, 가전제품, 자전거는 물론 소프트뱅크가 만든 로봇 '페퍼'까지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다. 도서관처럼 꾸며놓은 책상이 늘어선 곳에는 커피를 마시며 주변 책장에 꽂힌 책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서점이 새로운 문화 복합공간으로 탄생한 것이다. 마스다는 "레코드, 비디오, 서적 등 물건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를 만들고 싶어 츠타야를 세웠다"며 "물자가 넘쳐나는 미래에는 기획과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미래의 기업은 제안과 기획을 통해 고객 가치를 창출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모든 사람들은 스토리를 기획하는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고 덧붙였다. '태풍이 오는 길목에서 태풍을 기다려라'는 중국 샤오미(小米) CEO 레이쥔의 말처럼 온라인의 태풍 길목에서 전통산업의 혁신을 이루는 츠타야의 향후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yccho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