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상권
시내면세점 특허 획득 경쟁 치열…4개 대기업 상생 위해 죽은상권 살리자 한 목소리신세계는 남대문, 두산·SK는 동대문 상권 회복 조건 내걸어[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동대문은 홍대, 이태원, 서촌 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관광자원과 한국인의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빛을 발하지 못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이미 구슬은 준비 돼 있으니 재단이 '실과 바늘'이 돼 동대문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지난 26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동대문미래창조재단 출범식 발언 中) "명동과 남대문이 하나의 커다란 관광특구로 거듭나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중간지점에 '상생 면세점'이 반드시 필요하다."(지난 26일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 기자간담회 발언 中)'남대문이냐 동대문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놓고 SKㆍ롯데ㆍ두산ㆍ신세계 등 4개 대기업들의 혈투가 본격화됐다. 이번 시내면세점 2라운드는 신규로 지정한 1라운드와 달리 기존 면세점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벌이는 창과 방패의 한판 대결이다. 2라운드에서의 핵심 관건은 4개 기업들이 내세운 상생 및 사회공헌 기여도다. 대기업 총수들은 사재출연까지 하며 상생을 외치고 있다. 특히 죽은 상권 살리기를 전략으로 앞세운 것이 특징이다. 신세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에 인접한 남대문 상권 회복을 위해 본점 신관에 면세점이 들어서게 되면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두산과 SK네트웍스는 동대문을 거점으로 잡았다. 특히 명동에 이어 2번째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에 시내면세점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인사동과 광장동, 잠실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대적으로 덜 찾는 지역에도 있는 면세점이 동대문에 없다는 것은 경제적 효과를 간과한 것이라는 설명이다.시내면세점 특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대문과 남대문이라는 입지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신세계, 남대문 '국내 관광산업의 메카'=신세계는 26일 관광인프라 개선에 5년간 530억원을 투입하는 등 '도심관광 클러스터화' 지원을 통해 2020년까지 약 2배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 '외래 관광객 17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선포했다.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사장은 이날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적 가치가 살아 숨 쉬는 면세점', '상생과 수출'이 공존하는 면세점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신세계가 이를 위해 내세운 입지는 남대문이다. 서울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선정한 본점은 명동과 남대문, 남산을 거대 관광타운으로 묶을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신세계에 따르면 명동과 남대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수는 2010년 543만명에서 최근 5년간 연평균 14% 성장을 지속해 2014년 927만명까지 대폭 늘어났다.지난해에는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1140만명 중 무려 81%가 명동과 남대문을 찾았을 정도로 서울 도심은 '국내 관광산업의 메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신세계디에프는 15개 관광진흥 프로그램을 통해 연평균 131만명, 5년간 총 655만명의 신규 관광객을 추가 유치해 2020년에는 1700만명까지 늘린다는 각오다. 2014년과 비교하면 약 2배 가까이 방문객수가 대폭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도심 관광지를 확대 재생산 시키기 위해서는 남대문시장을 부활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신세계디에프는 밝혔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서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인 명동은 최근 5년간 방문율이 10.9%p 높아졌으나, 남대문시장은 오히려 17.7%p 떨어졌다.성영목 사장은 "신세계 서울 시내면세점은 명동과 남대문을 잇는 중요한 매개체가 돼 명동에만 머무르는 외국인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남대문시장으로 유입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명동과 남대문이 하나의 커다란 관광특구로 거듭나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중간지점에 '상생 면세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님 하나 없이 썰렁한 남대문 시장
◆두산·SK, 외국인 집객 동대문 2위=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개최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식에 앞서 "지역사회의 일원인 두산이 재단을 통해 최소한의 선관의무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회장은 자신과 그룹이 각각 100억원을 출연해 총 200억원의 초기재원으로 동대문 지역발전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IMF의 파고를 넘은 직후였던 1999년 을지로 빌딩숲에서 동대문 두산타워로 사무실을 이전했다"면서 "당시 제일먼저 눈에 들어온 모습이 33층 창밖의 활기찬 동대문의 모습"이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박 회장은 "상인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며 생업을 가꿔가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모습'이라 생각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상권이 점점 시들게 됐다"면서 "결국 빌딩의 공실률이 30%를 넘어서는 상태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동대문에 중국인 관광객이라는 새로운 희망의 등불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모습을 보면서 다시 동대문에 희망의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방법을 고민한 결과가 바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의 출범"이라고 강조했다.두산에 따르면 한 때 20조원에 달했던 동대문 상권 규모는 불과 10년만에 12조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명동(850만명) 다음으로 요우커들의 방문이 많은 동대문(710만명)이지만 시내면세점이 없다는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두산의 설명이다. 워커힐면세점 수성과 함께 동대문에 출사표를 던진 SK네트웍스도 27일 간담회를 열었다.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은 이날 세계적 관광지로서 동대문의 잠재력을 실현시킬'11대 약속'을 새롭게 공개했다. SK네트웍스는 SK만의 상생 노하우와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상생, 중소상생, 관광인프라 구축 분야와 관련된 11개 상생과제를 선정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상생을 실천해 나갈 방침이다.앞서 지난 19일 SK네트웍스는 시내면세점 2곳을 유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총 24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동대문에 1500억원을 배정했다. 동대문을 시내면세점 유력 후보지로 보고 이 곳에 총 사활을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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